정부의 「북 벌목장인부」 고민/양승현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정부의 「북 벌목장인부」 고민/양승현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양승현 기자 기자
입력 1994-02-24 00:00
수정 1994-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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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하바로프스크 벌목장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 1백70여명이 벌목장을 탈출,러시아 전역을 배회하고 있다고 한다.일부는 수소문 끝에 주러시아 한국공관을 찾아와 한국에서 살 뜻을 비추는가 하면,더러는 현지 교포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고 들린다.대부분은 러시아 거주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명확한 성격규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난민인지,아니면 귀순인지,이도저도 아니면 망명인지­.우선 이들의 탈출 성격이 가려져야만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것 같은데,참 답답하다.

한승주 외무부장관도 고민스러웠는지 『국회에서 「귀순」이라고 답변하기도 뭐하고…』라며 간부회의에서 아이디어를 구했다고 한다.그러나 아직은 더 나아가지 못하고 그 상태에 머물고 있다.

벌목장에서 일하는 북한 주민은 모두2만명.이들이 혹독한 추위와 「끼니를 잇기 어려운」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하루살이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터다.탈출하다 잡히면 무서운 고문에 자칫 목숨을 잃기도 한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이들은 이런 인간이하의 현장에서 뛰쳐나온 것이다.그러나 유엔 난민협약은 「정치·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거주하고 있는 장소에서 신체적 위해를 우려,도망나온 사람」을 난민으로 규정하고 있다.경제적 이유는 이 속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대부분 경제적 이유로 뛰쳐나온 이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난민이라 부르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부 관계자들은 그러나 구동구권,보스니아 난민들을 예로 들면서 『아직은 좀더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국제적 조류가 경제적 이유도 인정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막연한」 논리이다.

그렇다면 「귀순」은 어떨까.한국공관에 찾아와 우리와 함께 살 뜻을 비추면 광의의 의미에서 귀순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보고있는 것 같다.그러나 이것도 좀더 검토해봐야 하고,만일 귀순이라 해도 정착비 지원이 새로운 걱정거리라고 토로하고 있다.귀순이 썩 내키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인권 사각지대」에 살고있는 이들은 헌법상 분명 우리국민이다.불과 1백70명의 탈출 북한노동자를 가지고 이런다면 우리의 통일준비는 외형과 달리 여전히 「걸음마」수준일 뿐이다.
1994-02-2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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