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정책에 대한 국민시각(사설)

유가정책에 대한 국민시각(사설)

입력 1994-02-08 00:00
수정 1994-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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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정책이 흔들거리고 있다.국내 기름값을 내리겠다고 해놓고선 하루도 안돼 다시 세금으로 걷어야하니까 당초 계획대로 내릴 수 없다는 당국의 앞뒤 다른 발표에 소비자인 일반국민들은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상공자원부가 지난 4일 국제원유가격및 환율변동폭을 반영한 유가연동제를 오는 15일 실시,국내 기름값이 내릴 것이라고 밝혔을때 국민들은 시장기능을 중시하는 당국의 가격정책에 호의적인 시선을 보냈다.또 하향안정세를 보이는 국제가격변동에 따라 국내 기름값이 내리면 물가안정이나 경기회복에도 적잖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휘발유등 각종 산업용 기름은 모든 제품의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므로 그 가격의 등락이 제품의 경쟁력이나 물가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모를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5일 경제기획원 주재의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선 이같은 방침이 바뀌어 7일 휘발유 경유 등에 대한 교통관련 특별소비세(교통세) 세율인상내역이 발표된데 대해 우리는 비국제화하는 행정의 후진성·비효율성을 보는 듯한 느낌을 금할 수 없다.

물론 세율인상의 이유에 수긍이 가지않는 것은 아니다.국제유가가 계속 내릴 전망이며 연동제에 따라 국내 유가도 같이 내리기만 하면 세수부족으로 지하철을 비롯한 교통관련 사회간접자본 투자재원을 충분히 마련할수 없고 유류소비도 늘어나서 사회전반적인 과소비를 부채질하기 때문에 부득이한 선택이었다는 당국 설명에도 일리가 있긴하다.

그렇지만 과연 교통시설확충을 위해 물가문제가 뒷전으로 물러나야 할것인가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해마다 심화되는 교통적체와 물류비용증대등을 감안할때 교통관련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그럼에도 우리는 물가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면 사회간접자본은 보다 긴 안목에서 투자계획을 짜거나 변경할수 있는 중장기적 성격을 지닌 것이며 부족되는 투자재원은 민간 참여폭을 넓혀서 채울수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때문에 모처럼의 유가연동제가 제대로 실시돼 국민들에게 인플레진정효과를 심어주고 실물경제의 안정적 회복에도 도움을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떨치기 힘든 것이다.또 석유사업기금이 당초 목적과는 다르게 유용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점을 감안할때 앞으로의 유가정책은 가격안정의 실효를 거둘수 있는 방향으로 올바르게 추진돼야 할것임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이와함께 우리는 같은 사안을 놓고 관련부처가 사전조율을 제대로 못하는 행정의 혼선이 재발되지 않기를 거듭 촉구하는 바이다.이런 일은 국민의 행정부서,나아가 정부에 대한 신뢰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1994-02-0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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