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석 재벌총수의 눈물/성종수 사회부기자(현장)

피고석 재벌총수의 눈물/성종수 사회부기자(현장)

성종수 기자 기자
입력 1993-12-31 00:00
수정 1993-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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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회장,“국민에게 죄송할 뿐”

「피고인이 된 회장」의 초췌한 얼굴에는 자성의 빛이 역력했다.

30일 상오 11시 서울형사지법 320호 법정.

외환관리법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한화그룹 김승연회장에 대한 1차공판이 열리고 있었다.

하얀 수의차림의 그의 모습에서는 더이상 25개 계열사에 2만3천여명의 사원을 거느린 그룹총수의 당당함을 찾아볼수 없었다.

『주민등록번호를 말하시오』

피고인석에 앉은 그에게 재판장의 인정신문이 시작됐다.

김피고인은 처음 서본 법정의 분위기에 당황한듯 번호를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더듬거렸다.

그러나 이어 진행된 검찰신문에서는 담담한 어조로 검찰의 기소내용을 모두 시인했다.

뒤이어 변호인단의 반대신문이 계속됐다.3명의 변호인들은 김피고인이 기업의 돈을 해외로 유출시킨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그가 평소 경제계에 기여한 공로와 그룹 총수의 위치 등을 거론하며 정상 참작을 호소했다.

검찰과 변호인의 신문이 진행되는 동안 김피고인은 『예,그렇습니다』만 반복했다.

그는 재판장의 직접신문에서야 입을 열었다.그리고는 자신의 심경을 피력했다.

『구치소에 있는 동안 여가시간에 무엇을 했습니까』

재판장이 질문을 던졌다.

『성경과 일본 소설책 「불씨」를 관심깊게 읽었습니다.특히 「불씨」를 읽은뒤 기업경영에 있어 닥치게 될 난관과 시련을 이겨내는 방법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는 이어 사회지도층으로 현재의 심경을 묻는 질문에는 『대기업 회장으로서 국민의 모범이 돼야 할 입장인데도 사업확장 욕심으로 큰 물의를 빚어 한화가족과 경제계는 물론 정부와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하고 『저지른 죄값을 달게 받겠습니다』고 덧붙였다.

검찰 조사과정에서 드러냈던 거만한 태도는 보이지 않았다.

『회사 잘 부탁합니다』

법정에 나온 회사간부들에게 한마디를 남기고 법정을 빠져 나가는 그의 눈가엔 끝내 이슬이 맺혔다.
1993-12-3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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