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리총장 “과욕의 행보”/최두삼 북경특파원(오늘의 눈)

갈리총장 “과욕의 행보”/최두삼 북경특파원(오늘의 눈)

최두삼 기자 기자
입력 1993-12-28 00:00
수정 1993-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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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트로스 갈리 유엔사무총장이 일본에 이어 남북한과 중국등 동북아 4개국을 차례로 방문한 주된 목적은 무엇이었는가.그것은 의심할바 없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데 뭔가 할일을 찾아보자는 것으로 이해됐었다.

하지만 북한의 김일성주석은 핵문제를 가지고 어떻게든 미국과의 대화채널을 마련하고 나아가 관계정상화의 길로 나아가겠다는 생각때문에 갈리의 중재를 좋아할 리가 없었다.한국 역시 갈리총장이 중재에 나서면 북한의 시간끌기 작전에 말려들 수도 있다는 우려때문에 그의 본격적인 중재를 반기는 입장이 아니었다.중국은 원래부터 관계당사자들간의 직접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원칙을 고수해왔다.

이같이 모두들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채 갈리총장을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때마침 미국과 북한간의 핵문제협상이 급진전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불행하게도(?)그가 할일이 거의 없어지게 된셈이어서 그의 행보에 크게 주목할 사람이 거의 없을듯 보였다.

하지만 평양방문중 갈리총장이 언급한 몇마디는 남북한당국자들을 당혹케했을게 분명하다.그는 아직 시작은 커녕 거론도 안되고 있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문제에 남북한이 중재를 요청하면 도움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고 남북한이 멀지않아 유엔에서 하나의 의석으로 대표권을 행사할 날이 오길 희망한다고도 했다.그런가하면 한반도에 영구평화가 실현되면 한국에 주둔중인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할 것이라고까지 언급하는 등 남북한간에 민감한 문제들을 거침없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같은 남북한통일관련 발언이 갑자기 왜 나왔는가.갈리가 핵문제 중재역을 맡아볼까하다가 이 문제가 여의치 않아 얘기거리가 없게되자 별다른 뜻없이 한번 건드려본 것같지만은 않다.

아무래도 핵문제가 멀지않아 결말이 날것이라고 예견한 가운데 「핵이후」의 한반도문제해결에는 유엔사무총장이 뭔가 역할을 맡아야겠다는 세심한 목적의식을 갖고 한 발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발언은 타이밍이 너무 일러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갈리사무총장은 그의 선배 유엔사무총장들이 국제적인 난제들을 중재하며 휘날렸던 명성들을 머리에 떠올리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냉전의 잔설이 남아있는 휴전선을 넘었을지도 모른다.
1993-12-2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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