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상/후지모리 혁신에 국가역동성 회복(세계의 개혁현장:48)

페루:상/후지모리 혁신에 국가역동성 회복(세계의 개혁현장:48)

최홍운 기자 기자
입력 1993-12-22 00:00
수정 1993-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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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집착” 의회·사법부 작년 해산/게릴라 소탕하자 「개혁독재」 의심 사라져

남미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나라는 페루다.

집권 3년만에 일약 남미의 영웅으로 떠오른 야심찬 일본계 2세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이 정치·경제·사회등 전 분야에 걸쳐 추진하고 있는 강력한 개혁정책에 2천2백만 페루국민들이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절망의 늪에서 페루를 구출해 내야겠다는 열정만으로 정치일선에 뛰어든 국립농과대학장 출신의 대통령과 그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국민이 하나로 뭉쳐져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같다.

지난 30여년동안 보호무역주의등 폐쇄경제체제를 고수해온 페루의 독재정권이 국가경제의 파탄을 초래했고 국민들은 비탄과 절망의 수렁에서 참혹한 생활을 해야 했다.

후리모리 대통령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80년대 말 페루의 비참한 현실이 그를 대통령선거에 나서도록 했다고 밝혔다.그 무렵 농학자로서 전국을 답사하는 기회를 통해 조국의 현실을 똑똑히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체 국민의 10%에 불과한 백인계가 입법·사법·행정·군부등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 50%에 이르는 극빈자를 포함,90%의 국민들은 최저생계비조차 벌지못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에 마지막 잉카의 후예를 자칭하는 MRTA와 모택동주의파인 「빛나는 길」(SENDERO LUMENOS)로 대표되는 좌익게릴라들의 무차별 테러와 살인행위가 나라전체를 공포분위기로 몰아가고 있었다.

대학에서의 강의와 행정책임자로 일한 경험밖에 없는 후지모리교수는 대통령선거 6개월전인 지난 89년말 출마를 결심하고 「90년 개혁당」(CAMBIO 90)을 결성,90년4월 선거에 나서 당당히 당선됐다.

절대 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출범한 후지모리 정부였지만 그러나 처음부터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모든 권력과 부를 쥐고 있는 기득권층의 반발과 도전이 끊임없이 계속됐다.개혁입법을 시도하면 의회가 거부하고 테러리스트를 잡아 넣으면 판사들이 재판과정에서 「증거 불충분」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풀어 줬다.경찰과 군·국세청등은 마약조직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어 마약 밀매자금을 뇌물로 공공연히 받는등 어는 곳 하나 썩지 않은 데가 없었다.

후지모리는 급기야 지난해 4월5일 의회를 해산하고 좌익게릴라를 소탕하는 등의 국가비상재건조치(AUTO GOLPE)를 단행했다.

군부를 장악하고 단행한 이 조치는 「친위 쿠데타」라는 비난속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로부터도 원조중단 위협과 함께 헌정복귀를 요구한 압력을 받는등 대내외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의회는 막시모 산 로망 제1부통령을 대통령으로 뽑아 페루에는 당시 4명의 대통령이 있을만큼 극도로 혼란했다.

그러나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국가비상재건회의를 구성,입법·사법·행정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등 초법적인 개혁조치를 하나하나 취해 나갔다.

가장 극적인 조치는 좌익게릴라들이 무법천지를 이루고 있는 「카스트로 카스트로」감옥의 진압이었다.

아비마엘 구스만을 대통령으로 뽑아 별도의 「국가조직」을 구성,정부의 통제가 전혀 안 먹히는 「카스트로 카스트로」감옥에 군병력을 투입,1백여명의 사망자와 2천여명의 중경상자를 낸 전쟁을 방불케하는 진압작전을 성공시킨 것이다.후지모리는 진압작전후 현장에 직접 나가 TV 생중계방송으로 작전의 배경과 경위등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설명했다.

국민들 사이에 「개혁독재」가 아니냐는 의심이 일기도 했으나 이 작전이후 후지모리를 다시 신뢰하게 됐다.

후지모리는 이에 그치지 않고 대법원 판사 13명을 비롯,수십명의 판사를 해임한데 이어 국회 사무처 직원을 3천명에서 4백명으로,상공부 직원 2천6백명을 1백70명으로 줄이고 그동안 마약·테러조직과 결탁되어 있던 군과 경찰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단행했다.그동안 역시 손델 엄두조차 못내던 외무부에 대한 기구축소도 단행,외교관을 포함한 직원 1백17명을 자르고 해외 공관도 여러곳 폐쇄했다.

이같은 조치후 페루국민들은 판사해임등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온상인 사법부의 개혁에 대해서는 95%,의회 개혁에는 85%가 찬성하는등 70%이상이 후지모리의 개혁정책에 지지를 보낸 것으로 각종 여론조사는 밝히고 있다.국민들은 또 최근 실시된 헌법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통해 후지모리의 연임과 사형제도의 도입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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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이끌고 2천2백만 국민들이 동참하고 있는 이 나라의 개혁은 분명 희망의 21세기를 향해 페루를 힘차게 밀어 올리고 있다.<리마=최홍운특파원>
1993-12-2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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