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 한번더 생각해보자/김신일 서울대교수·교육학(정경문화포럼)

수능시험 한번더 생각해보자/김신일 서울대교수·교육학(정경문화포럼)

김신일 기자 기자
입력 1993-11-26 00:00
수정 1993-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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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수 위주 출제로 교육파행 우려/본고사도 마찬가지… 과목간 균형 필요

제2차 수학능력시험이 난이도 조정에 실패하여 1차 시험때보다 전반적으로 성적이 낮아졌기 때문에 수험생들의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특히 본고사실시 대학에 지원할 학생들은 그 시간에 본고사준비나 하는건데 쓸데없이 시간만 낭비했다고 분통을 터뜨린다.어른들이 이런 식으로 아이들에게 신뢰를 잃고있으니 그들에게 어른 말을 들으라고 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지난 8월20일에 처음으로 실시한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을 받았다.과거의 대학입학학력고사에 비하여 출제문제가 한결 세련됐다는 것이 교육평가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지식의 암기를 요구하는 문제가 뚜렷하게 줄고 사고력을 재는 문제가 많이 늘었기 때문에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아주 희망적인 전망까지도 제시되었다.

새로운 입시제도의 시행 첫해이어서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처음 도입한 수능시험의 정체에 관하여 불안감을 떨쳐버릴수 없었다.시험을 주관하는 국립교육평가원 당국자들도 혹시 예기치 않은 사고나 일어나지 않을까 내심 조마조마하였다.그런터에 대과없이 시험이 시행되고 출제문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도 대체로 긍정적으로 나오고 보니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번 2차시험에서 난이도조절에 실패한 것이다.그러나 난이도만이 문제라면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할 것은 없다.그것은 기술적 문제이므로 다음 시험부터 어렵지않게 개선할수 있기 때문이다.한차례 난이도조절의 실패를 가지고 이 시험의 존폐여부를 제기한다거나 시험횟수를 한차례로 줄이면 될것 아니냐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단견에 지나지 않는다.

수능시험은 그것이 지니고 있는 교육적 중요성에 비추어볼때 가부간에 그렇게 즉흥적이고 안이한 평가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수능시험의 내용과 성격에 대하여 좀더 세밀하고 엄격한 분석이 필요하다.

수학능력시험에 관한 논의에서 충분한 주목을 받지않고 넘어간 중요한 쟁점 가운데 하나는 출제문제의 교과간 비중이다.수능시험에 관한 논평자들은 이상스럽게도 이 문제에 관하여는 심각한 검토없이 넘어갔다.교과간의 출제비중에 주목하지않은 이유는 아마도 수능시험은 교과와는 직접관계가 없는 기본적이고 일반적이며 범교과적인 명실상부한 「수학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라는 교육평가원의 주장을 말그대로 수긍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출제된 문제들을 조금만이라도 주의깊게 관찰하면 과거의 대입학력고사처럼 교과간의 구별이 분명하지는 않지만 문제들이 여전히 국어·영어·역사·지리등 각 교과와 관련되어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수 있다.문제의 대다수가 국어·수학·영어의 세교과와 관련되어 있고 여타 교과와 관련된 문제들은 각각 서너 너덧 문제씩에 불과하다.사실 수능시험이 관련 교과별로 보면 국·영·수 중심으로 출제되고 나머지 교과들의 비중이 낮아지리라는 것은 이미 예견되었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나 염려하는 것은 고교교육이 국·영·수 중심으로 파행화하는 것이다.새 입시제도의 결정단계에서 이러한 위험성이 누차 지적되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교교육과정이 국·영·수 중심으로 운영되는 파행에 빠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장치의 하나로,교육부 당국자들은 대학별 본고사의 존재를 강조하였다.대학별 본고사에서 각 대학과 학과의 특성을 강조하는 다양한 교과로부터 문제를 출제할 것이므로 고교교육과정이 국·영·수 중심으로 운영되고 여타 교과가 도외시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강변하였다.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어떠한가.절대다수의 대학들은 대학별 본고사를 시행하지 않고 본고사를 치는 몇개되지 않는 대학들도 국·영·수 중심으로 출제하기로 하였다.

실제로 수험생들의 입시준비가 국·영·수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이미 고교교육은 과거보다 더욱 비정상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수능시험의 출제문항이 과거보다 다소 개선되었다해서 대학입시가 개선되고 고교교육이 정상화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하여야 한다.
1993-11-2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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