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의 「처용랑 망해사」라는 설화에는 신라말기의 시대적 위기를 알려주는 신들이 등장하고 있다.처음엔 수신(용왕)이 나타나고 다음엔 산신 그리고 지신의 순서로 나타난다.신들은 한결같이 헌강왕 앞에 나타나 춤을 추어 나라의 위기를 알렸는데 사람들이 그것을 상서로운 일로 잘못 알고 주색잡기에 흥청망청거리다가 『마침내 나라가 망하고 말았다』는게 이야기의 끝이다.
올해는 유독 대형사고가 많이 발생했는데 「처용랑망해사」이야기의 역순으로 일어나고 있다.즉 땅(기차사고)에서 먼저 사고가 나더니 다음엔 하늘과 산(비행기사고)에서,그리고 마침내 바다(선박사고)에서도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참으로 기이한 일이다.그런데 더 기이한 것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원인규명을 했고 그것은 언제나 사람의 잘못으로 밝혀지곤 했는데 거기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여태껏 없었다는 사실이다.더 의아한 것은 대형사고 이후에는 으레 재발방지를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국정책임자들이 대국민 약속을 되풀이 해왔다는 사실이다.결과만을 두고 생각한다면 그런 약속을 한 국정책임자들은 명백히 거짓말을 했고 그런 거짓말이 이런 참혹하고 부끄러운 비극을 불러왔다는 뜻이 된다.그들이 진실로 두려워했던 것은 감투와 자리의 상실이었고 그들이 발휘한 지혜는 명철보신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해도 조금도 지나칠 수 없다.
기차에서 그리고 비행기에서 도저히 죽음을 당할 이유도 없는 사람들이 그토록 억울하고 허망하게 참변을 당했을 때 사람들은 그런 것이 교훈이 되어 다시는(또는 최소한 당분간이라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사람됨이 정직하고 자기직분에 성실한 국정운영자들이었다면 사고의 위험이 있는 곳을 미리 점검하고 안전대책을 단단히 세워 이런 참사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국민들은 정권 초기라는 이유로,누적된 부정부패와 국가적 기강의 와해가 그 근보적 원인임을 이해하면서 참았다.그러나 국정운영의 당사자들이 바로 누적된 부패의 감염자들이고 국가기강을 와해시키는데 한몫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 되고 말았다.그들은 국정을 책임질능력과 경륜이 없을 뿐 아니라 안전대책을 세우겠다는 거짓말을 했다는 점에서 정직성 또한 의심받게 되었다.땅에서 하늘과 산에서 그리고 바다에서 일어난 모든 사고의 원인은 바로 정직성과 책임감의 상실에 있었던 것이다.
한국인들은 지금 사려깊은 자존심대신 교만을 즐기고 책임감대신 처신을 택한다.정직성은 비웃음과 경멸의 대상일뿐 존중되지 못한다.이 지경이 된 원인이 전통적 규범의 상실에 있는지 천민자본주의의 결과인지 잘 알수는 없다.그러나 둘러보면 작은 일에서 큰 일에 이르기까지 정직의 상실은 참으로 심각한 지경이지만 그것을 우려하는 사람은 매우 적다.가령 아주 작은 예를 하나 들어보기로 하자.이제 조금 뒤면 연하장이라는 새해 인사 우편물이 등장 할 것이다.그런데 이 작은 카드 한장만 보더라도 한국인의 부정직함이 어느정도인 가를 짐작하게 한다.
카드의 문장은 대체로 『지난해 보살펴 주신 은혜에 감사하오며』로 시작된다.전혀 거짓말이다.지난해 나는 그에게 아무것도 베풀어준 일이 없기 때문이다.그리고 그 연하장은 12월26일이나 27∼28일쯤 도착되는 경우가 많은데 버젓이 「새해아침」이라고 쓰여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거짓말은 거기서 머물지 않고 더 계속된다.양력을 기준으로 연말이나 연초에 보내면서 세수의 표현으로 「갑자원단」「을축원단」이라고 버젓이 쓰는 것이다.갑자,을축과 같은 십이지 육십갑자는 양력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음력에만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술 더떠서 고명한 지도자들중에는 『불소…』 아무개라고 써서 보내기도 하더니 요즈음엔 부부의 공동명의로 연하장을 보내오기도 한다.불소란 아들이 그 어버이에 대해서 쓰는 말이니 어느새 그가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 내 아들이 되고 그 부인은 내 며느리가 되었는지 모르겠다.유세장에 엎드려 절을 하며 한 표를 호소하는 출마자처럼 천덕스럽고 역겨운 모습이다.
이런 거짓말들이야말로 명철보신의 지혜라고 생각하면서 오히려 원칙을 비웃고 정직을 경계하는 이가 너무도 많아 보인다.작은 거짓을 두려워하고 작은 원칙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만이 큰 원칙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도있다는 것을 우리 사회는 깨달아야 할 것이다.
올해는 유독 대형사고가 많이 발생했는데 「처용랑망해사」이야기의 역순으로 일어나고 있다.즉 땅(기차사고)에서 먼저 사고가 나더니 다음엔 하늘과 산(비행기사고)에서,그리고 마침내 바다(선박사고)에서도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참으로 기이한 일이다.그런데 더 기이한 것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원인규명을 했고 그것은 언제나 사람의 잘못으로 밝혀지곤 했는데 거기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여태껏 없었다는 사실이다.더 의아한 것은 대형사고 이후에는 으레 재발방지를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국정책임자들이 대국민 약속을 되풀이 해왔다는 사실이다.결과만을 두고 생각한다면 그런 약속을 한 국정책임자들은 명백히 거짓말을 했고 그런 거짓말이 이런 참혹하고 부끄러운 비극을 불러왔다는 뜻이 된다.그들이 진실로 두려워했던 것은 감투와 자리의 상실이었고 그들이 발휘한 지혜는 명철보신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해도 조금도 지나칠 수 없다.
기차에서 그리고 비행기에서 도저히 죽음을 당할 이유도 없는 사람들이 그토록 억울하고 허망하게 참변을 당했을 때 사람들은 그런 것이 교훈이 되어 다시는(또는 최소한 당분간이라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사람됨이 정직하고 자기직분에 성실한 국정운영자들이었다면 사고의 위험이 있는 곳을 미리 점검하고 안전대책을 단단히 세워 이런 참사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국민들은 정권 초기라는 이유로,누적된 부정부패와 국가적 기강의 와해가 그 근보적 원인임을 이해하면서 참았다.그러나 국정운영의 당사자들이 바로 누적된 부패의 감염자들이고 국가기강을 와해시키는데 한몫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 되고 말았다.그들은 국정을 책임질능력과 경륜이 없을 뿐 아니라 안전대책을 세우겠다는 거짓말을 했다는 점에서 정직성 또한 의심받게 되었다.땅에서 하늘과 산에서 그리고 바다에서 일어난 모든 사고의 원인은 바로 정직성과 책임감의 상실에 있었던 것이다.
한국인들은 지금 사려깊은 자존심대신 교만을 즐기고 책임감대신 처신을 택한다.정직성은 비웃음과 경멸의 대상일뿐 존중되지 못한다.이 지경이 된 원인이 전통적 규범의 상실에 있는지 천민자본주의의 결과인지 잘 알수는 없다.그러나 둘러보면 작은 일에서 큰 일에 이르기까지 정직의 상실은 참으로 심각한 지경이지만 그것을 우려하는 사람은 매우 적다.가령 아주 작은 예를 하나 들어보기로 하자.이제 조금 뒤면 연하장이라는 새해 인사 우편물이 등장 할 것이다.그런데 이 작은 카드 한장만 보더라도 한국인의 부정직함이 어느정도인 가를 짐작하게 한다.
카드의 문장은 대체로 『지난해 보살펴 주신 은혜에 감사하오며』로 시작된다.전혀 거짓말이다.지난해 나는 그에게 아무것도 베풀어준 일이 없기 때문이다.그리고 그 연하장은 12월26일이나 27∼28일쯤 도착되는 경우가 많은데 버젓이 「새해아침」이라고 쓰여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거짓말은 거기서 머물지 않고 더 계속된다.양력을 기준으로 연말이나 연초에 보내면서 세수의 표현으로 「갑자원단」「을축원단」이라고 버젓이 쓰는 것이다.갑자,을축과 같은 십이지 육십갑자는 양력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음력에만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술 더떠서 고명한 지도자들중에는 『불소…』 아무개라고 써서 보내기도 하더니 요즈음엔 부부의 공동명의로 연하장을 보내오기도 한다.불소란 아들이 그 어버이에 대해서 쓰는 말이니 어느새 그가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 내 아들이 되고 그 부인은 내 며느리가 되었는지 모르겠다.유세장에 엎드려 절을 하며 한 표를 호소하는 출마자처럼 천덕스럽고 역겨운 모습이다.
이런 거짓말들이야말로 명철보신의 지혜라고 생각하면서 오히려 원칙을 비웃고 정직을 경계하는 이가 너무도 많아 보인다.작은 거짓을 두려워하고 작은 원칙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만이 큰 원칙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도있다는 것을 우리 사회는 깨달아야 할 것이다.
1993-10-1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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