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영화제 출품작 수준을 보면/산골목장 책임자 딸 통해 혁명정신 일깨워/자신에게 물어보라/댐건설 중 실명한 인민군의 결혼과정 그려/고향마을의 처녀들/인간의 보편적 정서 결핍… 중국작품과도 큰 격차
북한의 영화는 어디쯤 와있는걸까.한마디로 아직 체제유지 또는 사회통합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 제1회 상해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우리측 영화계 인사들의 평가다.
이는 북한이 이번 영화제에 출품한 3개의 작품내용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우리측의 「서편제」와 함께 본선에 오른 북한영화 「자신에게 물어보라」는 깊은 산속의 소목장에 파견된 소조책임자와 젊은 처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혁명정신을 일깨우는 내용이다.우리식대로 얘기하면 스스로 소목장일과 같은 힘들고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고통의 분담과 살신성인의 정신을 요구하고 있다.
이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서 강조되는 다음과 같은 대사는 그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다.『당신은 후세대들에게 무엇을 남겼는가,먼훗날 당신은 조국을 위해 무엇을 바쳤는가,자신에게 물어보라』
비경쟁부문에 출품한 「고향마을의 처녀들」에서는 댐 건설에 투입된 인민군 반장이 부하들의 폭파작업 잘못으로 두눈을 실명하고 약혼녀로부터 파혼당한다.그러자 또 다른 고향마을의 처녀가 자청해서 눈이 먼 반장과 결혼한다는 줄거리다.
또 비경쟁부문의 「어머니」 역시 생계가 막연해 남의 집 앞에 버려졌던 딸이 당의 도움으로 훌륭하게 성장한뒤 협동농장의 대표직에 올라 어머니와 극적으로 상봉한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북한의 영화들이 체제유지의 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북한측 대표단들도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자신에게 물어보라」에서 소조책임자로 출연한 인민배우 서경섭은 영화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이 영화가 여러분들의 정서에 맞을지 모르겠지만 인간의 감정은 다 비슷하니까 좋게 봐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의 영화 또한 상당히 변모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북한의 영화를 본 우리측 관계자들은 『「꽃파는 처녀」와 같은 영화는 흑백논리,또는 이분법적으로 혁명아니면 반동,적 아니면 동지와 같은 개념으로 풀어나간데 비해 이번 영화들은 인간적 또는 감정적으로 호소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자신에게 물어보라」에서는 젊은 이들이 어렵고 궂은 일을 기피하는 마음과 고통의 분담 또는 혁명정신 사이에서 고뇌하는 것을 잘 그리고 있다.특히 소조책임자의 막내딸이 아버지의 마음을 읽고 소목장일을 하기위해 스스로 찾아가 상봉하는 마지막 장면은 북한의 관객들에게 눈시울을 붉히게 할 만 했다.
북한의 대표단 단장인 최정삼문화예술부 영화부 부국장은 『2년전에 이 영화를 만들어 TV로도 2∼3차례 방영,북한 사람들이라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 본 성공작』이라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유의 영화들이 국제영화제에서 입상하기는 다소 어려울 것이라는 점 또한 부인하기 힘들 것 같다.북한의 영화는 최근 우리나라 TV에서도 방영돼 잘 알려져 있듯이 이데올로기문제를 떠나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또는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는 동구권이나 중국의 영화와도 상당한차이가 있는 때문이다.
이들 영화는 영화제 기간동안 2∼3차례씩 상영됐지만 관객들 숫자는 대부분 1백명 미만이었다.입상가능성이 그만큼 희박하다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번 영화제에 참석한 것은 내년 9월중순에 평양에서 열린 「제4회 평양 국제영화제」에 중국측의 참석을 요청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북한측은 지난 88년부터 개발도상국들의 영화축제(격년제)를 갖고있다.<상해=황진선기자>
북한의 영화는 어디쯤 와있는걸까.한마디로 아직 체제유지 또는 사회통합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 제1회 상해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우리측 영화계 인사들의 평가다.
이는 북한이 이번 영화제에 출품한 3개의 작품내용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우리측의 「서편제」와 함께 본선에 오른 북한영화 「자신에게 물어보라」는 깊은 산속의 소목장에 파견된 소조책임자와 젊은 처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혁명정신을 일깨우는 내용이다.우리식대로 얘기하면 스스로 소목장일과 같은 힘들고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고통의 분담과 살신성인의 정신을 요구하고 있다.
이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서 강조되는 다음과 같은 대사는 그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다.『당신은 후세대들에게 무엇을 남겼는가,먼훗날 당신은 조국을 위해 무엇을 바쳤는가,자신에게 물어보라』
비경쟁부문에 출품한 「고향마을의 처녀들」에서는 댐 건설에 투입된 인민군 반장이 부하들의 폭파작업 잘못으로 두눈을 실명하고 약혼녀로부터 파혼당한다.그러자 또 다른 고향마을의 처녀가 자청해서 눈이 먼 반장과 결혼한다는 줄거리다.
또 비경쟁부문의 「어머니」 역시 생계가 막연해 남의 집 앞에 버려졌던 딸이 당의 도움으로 훌륭하게 성장한뒤 협동농장의 대표직에 올라 어머니와 극적으로 상봉한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북한의 영화들이 체제유지의 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북한측 대표단들도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자신에게 물어보라」에서 소조책임자로 출연한 인민배우 서경섭은 영화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이 영화가 여러분들의 정서에 맞을지 모르겠지만 인간의 감정은 다 비슷하니까 좋게 봐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의 영화 또한 상당히 변모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북한의 영화를 본 우리측 관계자들은 『「꽃파는 처녀」와 같은 영화는 흑백논리,또는 이분법적으로 혁명아니면 반동,적 아니면 동지와 같은 개념으로 풀어나간데 비해 이번 영화들은 인간적 또는 감정적으로 호소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자신에게 물어보라」에서는 젊은 이들이 어렵고 궂은 일을 기피하는 마음과 고통의 분담 또는 혁명정신 사이에서 고뇌하는 것을 잘 그리고 있다.특히 소조책임자의 막내딸이 아버지의 마음을 읽고 소목장일을 하기위해 스스로 찾아가 상봉하는 마지막 장면은 북한의 관객들에게 눈시울을 붉히게 할 만 했다.
북한의 대표단 단장인 최정삼문화예술부 영화부 부국장은 『2년전에 이 영화를 만들어 TV로도 2∼3차례 방영,북한 사람들이라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 본 성공작』이라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유의 영화들이 국제영화제에서 입상하기는 다소 어려울 것이라는 점 또한 부인하기 힘들 것 같다.북한의 영화는 최근 우리나라 TV에서도 방영돼 잘 알려져 있듯이 이데올로기문제를 떠나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또는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는 동구권이나 중국의 영화와도 상당한차이가 있는 때문이다.
이들 영화는 영화제 기간동안 2∼3차례씩 상영됐지만 관객들 숫자는 대부분 1백명 미만이었다.입상가능성이 그만큼 희박하다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번 영화제에 참석한 것은 내년 9월중순에 평양에서 열린 「제4회 평양 국제영화제」에 중국측의 참석을 요청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북한측은 지난 88년부터 개발도상국들의 영화축제(격년제)를 갖고있다.<상해=황진선기자>
1993-10-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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