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난맥상/작년 물가 20배 올라 파탄직면(러시아는 어디로:4)

경제 난맥상/작년 물가 20배 올라 파탄직면(러시아는 어디로:4)

이기동 기자 기자
입력 1993-10-12 00:00
수정 1993-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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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파 유혈진압 이후의 정국전개/옐친 사유화 “충격 요법” 빈부차 확대/시장경제 토대 전무속 무리한 개혁/기업도산·실업자 급증 해결책 없어 고민

러시아의 권력대결을 흔히 서방에서 치부하듯 정치적 선악의 대결로만 보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이 대결의 밑바탕에 정치적 이해타산외에 러시아의 경제회생책에 대한 첨예한 의견대립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불행히도 지금 러시아의 경제는 대립중인 이들중 어느 한쪽에 의해 쉽게 치유되기 어려운 중병에 걸려 있다.

벤츠승용차를 타고 달러숍에만 다니며 입고 먹는 계층이 날로 느는가 하면 휴지나 다름없는 10루블짜리 한장을 구걸하는 사람이 지천에 깔린게 러시아의 현실이다.빈부격차,인플레,관료부패,의료·교육제도의 붕괴 등 개혁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들은 다수의 국민들을 극도의 절망속으로 몰아 넣었다.지난 한해동안 평균물가는 20배가 올랐다.이로 인해 월급생활자인 대다수 국민들의 생활은 파탄직전에 이르렀다.

이 마당에 쇼크요법식 경제개혁을 추진해온 옐친대통령은 「선」이고 대신부작용들에 대해 보완책을 마련하며 점진적인 개혁을 하자는 의회보수세력은 「악」이라는 도식적 이해는 현실을 너무 도외시한 것이다.이런 관점에서 이번 유혈사태도 불만세력을 양산시킨 옐친대통령에게 원인제공의 근원적인 책임이 있다는 지적은 설득력을 갖는다.

옐친개혁의 선봉장인 가이다르부총리가 추진하는 개혁의 요체인 사유화에 대해서도 일반의 지지는 저조하다.많은 국민들은 국가재산의 사유화는 주로 마피아인 신흥부자들과 결탁한 고위관료,공장책임자들의 주머니만 채워주었을뿐이라고 믿고 있다.이번 사태직전 러시아 여론조사들을 보면 조사 대상자의 3분의 2가 『사유화가 국가재산을 극소수 사람들의 수중에 모아주었다』고 답했다.

옐친대통령은 7,8일 연이어 부실기업에 대한 보조금철폐 기업파산법 등을 선포,쇼크요법식 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러시아기업의 70%는 종업원 1천명이상을 거느린 대기업들이다.참고로 미국에서 종업원 1천명이상의 기업비율은 26%에 불과하다.옐친대통령은 생산성은 낮고 고용원만 많은 이들 거대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기 전에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반면 보수파들은 오히려 이 공장들에 보조금을 주어 먼저 생산을 늘리고 실업자는 최소한으로 줄여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옐친의 또다른 고민은 충격요법식 경제개혁을 소화해낼 시장경제의 하부구조가 전무하다는 점이다.70년의 중앙통제체제로 시장경제의 바탕은 모두 파괴됐고 게다가 모든 기업은 경쟁이 필요없는 독점체제이다.「실업자가 없는 사회」를 건설한다는 사회주의 이념은 모든 공장·사업장들을 필요없는 인력들로 득실거리게 만들었다.여기서 생겨난 노동자들의 나태,무책임성은 지금도 바뀔 기미가 없다.시장경제의 주축이 돼야할 소규모 소비재,서비스업의 토대는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옐친개혁의 단기승패는 생산량하락과 인플레를 막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한다.지난 1년간 GNP는 15% 하락,인플레는 지난 8월 한달 30%에 달했다.부실기업의 문을 닫게하고 국가보조금을 없애다보니 생산량이 전혀 늘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이에 대해 가이다르부총리는 긴축정책을 계속할 경우 95년말쯤 생산량이 바닥을 치고 그 다음부터는 상승곡선으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도 결국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러시아의 토양에는 맞지 않는 가설이라는 반박도 있다.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생겨날 대규모 기업도산,실업자문제에 대한 대책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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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부작용들에 대비하다간 대규모 재정소요로 개혁구도 자체가 흔들릴게 뻔하고 반대로 이를 무시할 경우 또다시 엄청난 사회·정치적 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옐친개혁이 처한 딜레마는 깊다.양자중 한쪽을 택해 밀고 나가는 수밖에 없겠지만 위험부담은 결국 마찬가지인 셈이다.<모스크바=이기동특파원>
1993-10-1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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