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정책의 선후/함혜리 경제부기자(오늘의 눈)

그린벨트 정책의 선후/함혜리 경제부기자(오늘의 눈)

함혜리 기자 기자
입력 1993-09-01 00:00
수정 1993-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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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우건설부장관은 지난 7월 주민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그린벨트 내의 건축규제를 대폭완화하겠다고 「선언」했다.그 전제는 총 대지면적과 주택수의 현수준 동결이었다.무제한으로 개발을 허용할 경우 그린벨트의 골격이 무너질 뿐 아니라 투기를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장관의 그린벨트 청사진은 그동안 재산상의 피해는 물론 생활에 큰 불편을 겪었던 주민들을 위한 합리적 대안이라고 여겨졌다.그린벨트 제도가 시행된 이후 22년 동안 국민 생활이 크게 변모한 상태에서 국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또 주민 희생을 더 이상 강요할 수 없다는 점에서 손질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관의 발표는 너무 앞서간 나머지 일의 순서를 무시한 꼴이 됐다.먼저 실태를 정밀하게 조사해 원칙을 정한 뒤 국토의 균형 발전 측면에서 조망과 대안이 제시된 다음 세부 개선안을 마련해야 하는 순서를 밟았어야 했다.그런데 실태조사에 앞서 개선 방침부터 밝혔고,주민들은 장관의 의중을 거의 규제해제의 수준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그린벨트에 관한본격적인 연구는 물론 토지이용 실태 및 소유분포에 관한 자료가 부족했던 터에 30일 발표된 실태조사 결과는 「그린벨트=투기의 온상」이라는 도식에 확실한 증거를 제공해 주었다.

구역지정 이후 취득한 땅이 전체의 53%이고 거주인구의 55%가 지정 이후의 전입자이며 42%는 세입자라는 점 등 단순히 주민의 생활불편 해소라는 잣대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들이 얽혀 있음이 드러났다.

원주민의 불편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추진한 규제완화가 엉뚱한 사람들의 재산가치만 늘려주는 결과를 낳지 않으려면 보다 더 세밀하고 종합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건설부는 제도개선을 위해 31일 가진 공청회에서 혁신적인 개선방안을 내놓았지만 장관의 발언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하며 한껏 기대에 부푼 주민들은 비녹지지역을 해제해줄 것을 주장한다.일의 순서가 뒤바뀐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것 같다.
1993-09-0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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