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클린턴혁명인가(뉴욕에서/임춘웅칼럼)

왜 클린턴혁명인가(뉴욕에서/임춘웅칼럼)

임춘웅 기자 기자
입력 1993-08-27 00:00
수정 1993-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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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싸움끝에 의회의 승인을 얻어낸 빌 클린턴 대통령의 새 경제개혁 프로그램을 두고 미국사람들은 클린턴혁명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선 군사 쿠데타와 혁명의 뜻마저 혼동해서 쓰고 있지만 혁명의 의미를 바로 알고 쓰는 사람들까지도 클린턴혁명이란 말에는 얼마간 생소한 느낌일 것이다.혁명하면 그래도 프랑스혁명이나 러시아혁명 정도를 연상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사회운영의 흐름을 바꿔놓는 것을 혁명이라고 한다면 클린턴의 경제개혁법도 하나의 혁명이라고 말해 무방할 것이다.

레이건 대통령 이래 12년동안 지속된 공화당정권의 경제운용은 한마디로 부자와 대기업중심의 정책이었다.대기업을 집중지원해 대기업이 잘되면 그와 연관된 중소기업이 잘되고 중소기업이 번창하게 되면 거기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잘살게되며 부자들에게 세금을 줄여주어 부가 축적되면 부자들이 재투자를 계속해 경제가 잘될 것이란 이른바 트리클 다운(Trickle­Down)논리가 레이거노믹스의 핵심인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됐는가.한때 반짝했을뿐 재투자도,경제도 잘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오늘의 미국경제사정이 잘 설명해주고 있다.

반면에 80년대를 통해 연소득 2만(한화 1천6백만원)∼5만달러대의 소시민층 소득은 10년간 불과 44% 증가한데 반해 같은 기간 20만∼1백만달러 수준의 고소득층은 6백97%,연 1백만달러 이상의 초고소득층 수입은 물경 2천1백84%나 뛰어 올랐다.미국세청이 밝힌 또하나의 통계는 보다 극명한 대조를 보여주고 있다.19 59년 미국인구의 상위 4%가 벌어들이는 돈이 하위 35%의 합계와 같았는데 30년후인 19 89년에는 상위 4%의 수입이 하위 51%와 같게됐다.이 통계는 80년대 만의 것은 아니라고 해도 그동안 미국에 부의 양극화현상이 얼마나 심화돼 왔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클린턴의 새 경제개혁법은 연소득 25만달러 이상의 소득세율을 현재의 31%에서 39%로 올려놓고 있다.반면3만달러 미만의 저소득층에게는 감세폭을 넓혀주고 있다.클린턴개혁이 저소득층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큰 혜택을 주게될지 아직은 전망이 확실치 않다.그러나 기득권층이 지금까지와 비교해 크게 불이익을 받게되리라는 것만은 확실하다.그런 점에서 미국의 사회운용 방향은 크게 선회한 셈이다.기득권층 중심의 정책에서 서민중심정책으로의 전환,그것을 미국사람들은 혁명이라고 느끼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서울의 새 정부 등장은 하나의 혁명이다.실명제도 그렇고 30여년만의 문민정권이란 점에서나 상층부 지배계층인맥에 대변혁을 초래케 했다는 점에서 혁명적이다.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새 정부 스스로가 애써 「혁명」이란 표현을 기피하려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그래서 「개혁」이란 말을 즐겨쓰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국민들도 「혁명」이라기 보다는 「신바람」정도의 분위기에 젖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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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현상은 혁명 아닌 혁명에 너무 자주 놀라온 우리의 역사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그러나 문제는 혁명에 대한 확실한 인식이 부족하면 혁명을 해야 할 처처에 혁명을 하지 못하고 넘어갈 염려가 있다는 점이다.<뉴욕특파원>
1993-08-2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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