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안좋은 지금이 오히려 적기”/“단기 부작용 불가피… 장기발전 기대/4월부터 추진… 방법·시기놓고 고심”
『금융실명제와 같은 과감한 경제제도의 개혁은 단기적으로 약간의 경기침체와 부작용을 감수하고 하는 것입니다.그런 면에서 경제가 좋지 않다는 지금이 오히려 적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4월부터 김영삼대통령의 특명을 받아 은밀하게 실명제를 준비해 온 경제팀장 이경식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은 13일 전격적인 실명제 단행에 대해 『만일 경제가 좋아지기 시작하는 내년 봄 쯤 실명제를 실시한다고 할 때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하며 최상의 시점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문을 연다.
소감은.
▲금융실명제는 김대통령이 담화문에서도 밝혔듯이 「여소야대의 국회 때도 실시하지 못했던」 개혁이다.새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나 김대통령의 결단이 없었으면 실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실시 배경과 경위는.
▲지난 4월 28일 김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실명제 실시를 위한 준비를 지시했다.대통령은 세가지 지침을주었다.첫째,실명제야말로 개혁중의 개혁으로 정경유착을 뿌리뽑고 지하경제를 근절하기 위한 것이니 기필코 조기에 시행하고 둘째,완벽하게 해야 하며 셋째,기밀이 완벽히 보장돼야 한다는 얘기였다.한달 가까이 여러 사람들로부터 조언을 듣고 나름대로 연구를 했다.한국개발연구원(KDI)의 양수길박사등 연구팀들로 비밀 작업반을 구성했다.별도로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홍재형재무장관의 재무부팀과 합동작업을 끝내고 지난 9일 청와대에 올라가 12일 단행을 결정했다.
법에 따르지 않고 긴급명령으로 실명제를 단행한 이유는.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었다.이미 두번이나 실패한 일이었고 부작용때문에 못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많았기 때문이다.
12일을 택한 배경은.
▲실명제와 같은 큰 일은 첫째,국회가 열렸을 때는 할 수 없다.오는 9월10일의 정기국회 개원을 앞두고 당초 8월 15∼31일을 적기로 꼽았다.둘째,요일선택을 놓고 고심했다.가장 이상적인 요일은 토요일로 21·28일이었으나 시기가 너무 늦다는 반론이 제시됐고,준비가끝난 상태에서 늦출 이유가 없었다.광복절을 앞두고 단행하는 것은 좋지않다는 판단에서 12일을 택했다.13일을 택해 다음 날(토요일) 상오 업무를 정지하면 하루종일 금융거래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성장,물가등 거시 경제지표가 흔들리지 않겠는가.
▲단기적으로 주식시장과 중소기업의 애로가 예상된다.토지·외환거래 등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다.그러나 장기적으로 음성자금이 양성화돼 산업자금으로 활용되는등 금융거래의 정상화로 경제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다.
이부총리는 그동안 경제팀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한다고 세간의 비판을 받았다.그러나 실명제를 준비하면서 김대통령과의 부단한 독대와 실무 사령탑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경제총수로서의 위상을 확보한 느낌이다.독실한 불교신자인 그는 실명제를 출범시킨 뒤 『이번 일은 나한테 주어진 하나의 「업」이라고 생각한다』고 조용히 말했다.
이부총리는 서울 대치동의 비밀작업반 사무실을 찾아가면서 보안유지를 위해 퇴근후 관용차 대신 택시를 타는 것을 안 부인이 『외도를 하느냐』며 의심하기도 했다고 특유의 너털웃음을 터뜨렸다.<정종석기자>
『금융실명제와 같은 과감한 경제제도의 개혁은 단기적으로 약간의 경기침체와 부작용을 감수하고 하는 것입니다.그런 면에서 경제가 좋지 않다는 지금이 오히려 적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4월부터 김영삼대통령의 특명을 받아 은밀하게 실명제를 준비해 온 경제팀장 이경식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은 13일 전격적인 실명제 단행에 대해 『만일 경제가 좋아지기 시작하는 내년 봄 쯤 실명제를 실시한다고 할 때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하며 최상의 시점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문을 연다.
소감은.
▲금융실명제는 김대통령이 담화문에서도 밝혔듯이 「여소야대의 국회 때도 실시하지 못했던」 개혁이다.새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나 김대통령의 결단이 없었으면 실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실시 배경과 경위는.
▲지난 4월 28일 김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실명제 실시를 위한 준비를 지시했다.대통령은 세가지 지침을주었다.첫째,실명제야말로 개혁중의 개혁으로 정경유착을 뿌리뽑고 지하경제를 근절하기 위한 것이니 기필코 조기에 시행하고 둘째,완벽하게 해야 하며 셋째,기밀이 완벽히 보장돼야 한다는 얘기였다.한달 가까이 여러 사람들로부터 조언을 듣고 나름대로 연구를 했다.한국개발연구원(KDI)의 양수길박사등 연구팀들로 비밀 작업반을 구성했다.별도로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홍재형재무장관의 재무부팀과 합동작업을 끝내고 지난 9일 청와대에 올라가 12일 단행을 결정했다.
법에 따르지 않고 긴급명령으로 실명제를 단행한 이유는.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었다.이미 두번이나 실패한 일이었고 부작용때문에 못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많았기 때문이다.
12일을 택한 배경은.
▲실명제와 같은 큰 일은 첫째,국회가 열렸을 때는 할 수 없다.오는 9월10일의 정기국회 개원을 앞두고 당초 8월 15∼31일을 적기로 꼽았다.둘째,요일선택을 놓고 고심했다.가장 이상적인 요일은 토요일로 21·28일이었으나 시기가 너무 늦다는 반론이 제시됐고,준비가끝난 상태에서 늦출 이유가 없었다.광복절을 앞두고 단행하는 것은 좋지않다는 판단에서 12일을 택했다.13일을 택해 다음 날(토요일) 상오 업무를 정지하면 하루종일 금융거래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성장,물가등 거시 경제지표가 흔들리지 않겠는가.
▲단기적으로 주식시장과 중소기업의 애로가 예상된다.토지·외환거래 등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다.그러나 장기적으로 음성자금이 양성화돼 산업자금으로 활용되는등 금융거래의 정상화로 경제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다.
이부총리는 그동안 경제팀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한다고 세간의 비판을 받았다.그러나 실명제를 준비하면서 김대통령과의 부단한 독대와 실무 사령탑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경제총수로서의 위상을 확보한 느낌이다.독실한 불교신자인 그는 실명제를 출범시킨 뒤 『이번 일은 나한테 주어진 하나의 「업」이라고 생각한다』고 조용히 말했다.
이부총리는 서울 대치동의 비밀작업반 사무실을 찾아가면서 보안유지를 위해 퇴근후 관용차 대신 택시를 타는 것을 안 부인이 『외도를 하느냐』며 의심하기도 했다고 특유의 너털웃음을 터뜨렸다.<정종석기자>
1993-08-1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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