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전후(외언내언)

왕복전후(외언내언)

입력 1993-08-14 00:00
수정 1993-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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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 덜컹 고갯길을 기어 오르는 트럭.덜커덩 멈춰 섰다가 다시 기어 오르기 몇번째.연신 목탄불을 피워 올리던 조수마저 차에서 내린다.조수의 몸무게라도 줄이기 위해서다.천신만고 끝에 고갯길을 넘어서면 자동차는 서서 기다린다.땀을 뻘뻘 흘리며 지름길로 올라 오는 조수를.하루에 한번 읍내와 면소재지를 오가는 버스가 이 고갯길에 도달하면 승객들은 모두 내려서 자동차를 고갯마루까지 밀어 올려야 한다.

불과 반세기전 시골길의 정경이다.지금은 이 길에 터널이 뚫리고 옆 좌석에 아내나 자식을 앉힌 운전자들이 성능 좋은 승용차를 쌩쌩 몬다.

광복을 전후한 시기(44∼48년)의 우리 생활수준을 보여주는 「통계로 본 광복전후의 경제·사회상」(통계청 발표)의 여러 숫자들을 들여다 보느라면 흡사 타임머신을 탄듯한 기분이 된다.자동차의 경우 당시와 지금 사이엔 7백60배라는 엄청난 격차가 있다.93년 4월 현재 등록된 자동차수가 5백56만4천대로 모든 길이 자동차로 넘쳐나고 자동차가 우리의 주요수출 품목이 되고 있는데 비해 지난 45년 당시 남한의 자동차수는 7천3백26대에 불과했다.그나마 조그만 고갯길도 기어 오르기 힘든 자동차들이었다.

그뿐인가.46∼47년의 주요생필품 생산량이 운동화 25명당 1켤레,양말과 고무신 각 8명당 1켤레꼴이었다는 통계수치도 있다.이 수치는 「맨발의 어린시절」을 보낸 장년층에게 겨울이면 얼어터지던 발의 고통스러움을 상기시켜준다.그들은 상급학교 입학할때,또는 설빔으로 얻은 운동화나 고무신을 차마 신지 못하고 「모셔놓던」세대다.

지역감정의 피해자로서 경상도보다 인구가 적다는 사실에 울분을 느끼는 전라도 사람들은 지난 44년 당시엔 전남이 남북한 13개 도중 경기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인구가 많았다는 통계수치에서 또 무얼 느낄는지?

상전벽해란 바로 이런것일게다.
1993-08-1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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