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댐 건설/통치행위라도 감사 가능할까

평화의 댐 건설/통치행위라도 감사 가능할까

이도운 기자 기자
입력 1993-06-19 00:00
수정 1993-06-19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감사원,“예규 구애받지 않고 진상규명”/전 전대통령측,“감찰대상 아니다” 주장

평화의 댐 건설결정은 「통치행위」인가.통치행위라면 감사의 대상이 되나.

「평화의 댐」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착수는 이러한 의문을 낳게하고 있다.

이번 감사가 댐의 설계나 건설업체 선정경위 등 실무적인 부분보다는 북한의 수공위협이 과연 있었는가,누가 댐 건설을 주도했는가 하는 정치적 측면에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 예규는 「행정부가 수립하는 기본정책및 통치행위는 감찰하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평화의 댐」 건설을 결정하고 이를 추진하는 과정이 통치행위였느냐 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춰볼 수 있다.

당시의 상황에 대한 「총체적 책임」이 있는 전두환전대통령측에서는 이를 통치행위의 일부였다고 주장하고 있다.전씨측은 평화의 댐 건설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여론화되자 이례적으로 『감사결과를 보고 필요할 경우 입장을 밝힐 수 있다』고 자신있는 반응을 나타냈다.

전씨의 한 측근은 『평화의 댐 건설은 대통령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내린 통치행위』라고 말하고 『미국측이 우리 정보기관에 제공한 대북정보에 따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측근은 이어 『그 뒤에 북한의 도발행위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서 북한의 도발가능성에 대비한 결정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전씨측은 이 문제가 감사의 대상이 된다면 노태우전대통령이 대선으로 공약한 중간평가를 받지 않은 것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연기했던 것까지 감사대상이냐는 입장인 것같다.

감사원측의 입장은 물론 다르다.

우선 통치행위라는 애매한 수식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다.『통치행위라는 말 자체가 학문적으로나 있는 용어가 아니냐』고 반문할 정도다.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 시절의 중대한 비위들을 단순히 통치행위로 치부한다면 비리를 덮어두자는 얘기밖에는 안된다』고 말했다.

특히 단순한 정치적 판단과는 달리 평화의 댐은 북한의 수공위협에 공포와 분노를 느낀 온국민이 유례없는 6백61억원의 성금을 모으고 강원도 처녀지의 산허리를 깎아가며 공사를 벌인 사실이 실체로 남아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허다한 돈과 시간과 인력을 낭비하게만든 이런 「정치극」이야말로 철저한 감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 감사원의 의지다.

감사의 범위를 제한하는 예규조항에 대해서도 사법적 시비의 대상은 아닌 만큼 구애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다.내부규제 이상의 의미가 없고 실제로 이 조항이 문제시 된 적도 없다는 것이다.또다른 고위관계자는 『농촌지역에 저수지를 쌓은데 대해 감사원이 「국회의원을 위해 엉뚱한 위치를 선정했다」고 지적하는 등 정책판단에 대한 감사의 선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감사원의 입장은 또 청와대와는 조금 다른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당초 감사원의 평화의 댐 감사가 착수됐을 때 청와대의 이경재공보수석은 『댐을 만들려고 했던 것까지는 그러려니 할 수 있는데 그뒤에 성금을 모금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정책결정보다는 실무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는 듯한 뉘앙스를 나타냈다.

김영수사정수석도 『그 당시 자료를 조사하면 다 나오는 문제』라면서 『그 부분은 뒤져봐야 별 것 없지 않겠느냐』고 말해 정책판단에는 크게 문제삼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시사했다.

이는 김영삼대통령이 5·18특별담화에서도 밝혔듯이 전직대통령 문제는 가급적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는 입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점에서 이번 감사도 진상은 규명하되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어려운 또 하나의 「역사회복」 과정이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이도운기자>
1993-06-19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결혼식 생략? '노웨딩'에 대한 여러분 생각은?
비용 문제 등으로 결혼식을 생략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노웨딩에 대한 여러분은 생각은?
1. 결혼식 굳이 안해도 된다.
2. 결혼식 꼭 해야 한다.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