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외국인에 시민권 판매 추진(세계의 사회면)

페루/외국인에 시민권 판매 추진(세계의 사회면)

주병철 기자 기자
입력 1993-06-05 00:00
수정 1993-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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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회생” 고육책… 1인 2천만원/정부 개헌계획에 국민 “자존심 팔수 없다” 반발

경제를 살릴 것인가,자존심을 지킬 것인가.중남미의 페루가 최근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고육책으로 외국인을 겨냥해 추진하고 있는 「시민권 판매」를 놓고 입씨름이 한창이다.

원래 이 방안은 한 국회의원이 페루의 경제를 활성화하면서 정정불안을 막기위한 아이디어로 시민권판매를 제안한 것이 발단이 됐다.그러던 것이 정부당국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공식적으로 추진하면서 논쟁을 불러왔다.

페루정부는 조만간 시민권판매를 위해 국적에 관한 헌법조항을 고쳐 시민권을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아주인들 유치 목적

홍콩과 아시아의 돈많은 기업인들을 유치할 목적으로 고안된 이 대외국인 판매용 시민권 취득가격은 본인의 경우 2만5천달러(한화 약 2천만원),동반가족은 1인당 2천달러(약 1백60만원)씩이다.

○“1인당 10만불 유입”

시민권판매로 들어오게 될 수입은 그리 큰 돈이 아니지만 페루정부가 이를 추진하게 된 데는 또 다른 이유가있다.돈많은 사람들이 시민권을 살 경우 그들이 페루로 가지고 올 생활자금이 페루경제를 살리는데 적잖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노린 것이다.

실제로 시민권판매가 페루의 경제회생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아시아의 기업인들이 이주해 올경우 적어도 1인당 10만달러 이상의 외화가 페루에 뿌려지게 돼 경제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벌써부터 기대에 부풀어 있다.

오는 97년 중국반환을 앞둔 홍콩의 상당수 부유층들이 앞날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데다 정정이 불안한 일부 아시아국가들의 돈많은 사람들 역시 해외이주에 관심이 많을 것으로 보여 이민유치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정국에 또 파문 예고

이에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그리 달가운 표정이 아니다.어려운 경제사정을 타개하기 위해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이 최근 일본과 한국을 잇따라 방문, 경제회생을 위해 협조를 구하고 있는 마당에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민권을 판다는 것도 일면 못마땅해 할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민의 자존심마저 돈으로 팔수야 없지 않느냐는 공감대가 국민들사이에 폭넓게 형성되면서 이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이들은 『시장경제를 추구한다고 해서 무엇이든지 팔아먹어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며 국가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시민권 상품화 정책을 못마땅해 하고 있다.한 외교관도 『정부당국의 시민권판매는 페루인을 상품화해 가격을 매기는 것이나 다를바 없다』고 혹독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하지만 국민정서에 아랑곳 없이 페루정부는 시민권판매를 강행할 태세여서 이를 둘러싼 논쟁은 가뜩이나 어수선한 페루정국에 또다른 파문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주병철기자>
1993-06-0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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