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들의 세계/전일동 연대교수·핵물리학(해시계)

물리학자들의 세계/전일동 연대교수·핵물리학(해시계)

전일동 기자 기자
입력 1993-05-07 00:00
수정 1993-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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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원자의 스펙트럼에 관한 실험으로 세계적인 권위자로 알려진 소콜로프박사는 70세인 데도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전형적인 과학자이다.그는 진고요동(진공요동)에 기인하여 수소원자 스펙트럼에 나타나는 극히 미세한 변화(램 시프트로 알려져 있음)를 세계에서 가장 정밀하게 측정한 장본인이다.

진공이라하면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생각하겠지만 현대물리학에서 말하는 진공은 그러한 단순한 것이 아니라 대단히 복잡한 것이다.실제로 진공은 시공(시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즉 그 속에 어떤 물질이 들어가면 원래있던 시공이 변하며 따라서 진공도 달라진다.이러한 시공이 미세 진동을 하고 있다고 현대물리학은 말한다.시공 자체가 진동하고 있다면 이 세상 모든 것들이 결코 정지될 수 없다는 것이고 결국은 영국의 과학철학자 화이트헤드의 「과정만이 실체」라는 주장을 입증한 것이 된다.시공의 미세진동,즉 진공요동이 수소원자에 미치는 영향으로서 램 시프트라는 현상이 스펙트럼에 나타나는 것이다.

작년 4월에 모스크바로 소콜로프 박사를 방문했을때 그는 긴 세월동안 램 시프트 측정을 하다가 최근에 기이한 현상을 발견한 것 같다고 나에게 털어놓았다.그것은 수소원자가 구리로 만든 슬릿사이를 지나갈때 아직 알려지지 않은 힘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정기적으로 완전히 차폐되어 있는데도 힘을 받은 흔적을 실험적으로 관측한 것이다.진공요동이 공간적 영향을 받는다는 내 이론과 혹시 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그는 내 이론에 대해 상세한 질문을 나에게 퍼 부었다.그러나 결국 양자간의 직접적인 관련성은 찾아내지 못했다.나는 잘 이해가 되지않았다.이 세상에 중력,전자기적 힘,핵 속에 있는 강력과 약력 이외에 새로운 힘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믿기 어려웠다.서로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한채 나는 서울로 돌아왔다.그런데 약 8개월이 지난후 독일의 프리케교수로부터 소콜로프 박사의 논문을 심사해 달라고 요청을 받았다.소콜로프 박사는 네덜란드에서 발행되는 세계적인 학술지 「PhysicsLetters」에 논문을 투고하였고 편집위원인 프리케교수가 나에게 그 논문의 심사를 부탁한 것이다.물론나는 소콜로프 박사의 논문을 심사하게 되리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스크바에서 편지가 한장 날아왔다.모스크바에서 발행되고 있는 세계적인 학술지 「LaserPhysics」의 편집위원장이자 러시아 학술원 회원인 프로코로프 박사가 보낸 편지인데 19 94년에 특집호를 낼 예정이며 이 특집호에 원고를 써 달라는 내용이다.이 특집호의 편집위원중 한사람은 소콜로프 박사의 공동연구자인 야코프레프 교수이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을 보면 물리학자들의 세계는 물리학을 중심으로 알게 모르게 연결되어 있으며 국경을 넘어서 한 식구같은 집단세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러나 물리학의 엄격성 때문에 물리학자들은 논문평가에 가혹하다.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남의 연구를 비판한다.그래서 물리학자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평균수명도 보통사람 보다 짧다는 통계도 나오게 된다.

1993-05-0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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