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험가능성(사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험가능성(사설)

입력 1993-04-10 00:00
수정 1993-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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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부자권력세습이 마무리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북한최고인민회의는 9일 김일성이 갖고있는 서열2위의 「조선국방위원회위원장직」에 아들 김정일을 전격 추대했다.북한의 권력세습이 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황전개다.김정일의 북한통치권 사실상 인수라 할수있다.이제 김정일이 계승해야할 김일성의 남은 직책은 당총비서와 국가주석직 뿐이다.

국방위원장은 인민군뿐아니라 국가보위부와 사회안전부계통의 군은 물론 노농적위대 청년근위대등을 포함하는 북한무력 전반에대한 군정·군령의 통수권일체를 한손에 쥐는 직책이다.폭력을 가장 중요한 통치수단으로 삼는 북한으로서는 통치권의 핵심이 되는 가장 중요한 권력이며 그것을 인수했다는 것은 사실상 북한의 통치권 장악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같은 김정일의 권력세습을 보면서 그것이 남북관계등 한반도정세 전개에 미칠 영향을 우선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김정일은 호전적이며 예측불허의 성격인 것으로 알려져있다.이번 핵확산금지조약탈퇴도 그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있다.김일성과는 달리 나이도 젊고 6·25남침실패의 경험도 없다.그런 점에서 그는 국제적인 대북압력이 가중되고 긴장이 고조되면 자위적 조치라는 이름의 강경대응으로 북한주민과 외부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려는 모험에 나설지도 모른다.특히 그는 권력세습에 대한 세계적 주목을 피하기위해 의도적인 긴장을 조성하려들 공산도 크다.우리는 김정일북한의 군사모험주의를 포함하는 일체의 도발가능성에 대해 철저한 경계와 대비를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북한도 결국 개방·개혁을 거부할수없는 시대상황을 감안할때 김정일시대 공식개막에 맞춘 대외·대남정책의 혁명적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수는 없다.그동안 북한의 대외정책상의 무리가 권력세습의 목적과 무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는 시각이다.자신은 물론 측근세력대부분이 정규교육을 받은 혁명2세대의 테크노크랫이란 점을 감안한 희망적 관측이기도하다.그런 가능성도 주목하면서 그것을 유도하기 위한 배려와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김정일의 권력세습을 보면서 북한정권의 정통성에 다시한번 강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수 없다.국민의 동의를 기초로 하지않는 권력의 자의적 승계가 그것도 봉건 왕조식의 「부자세습」이 사회주의혁명의 북한에서 이루어지는 모순을 우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지금이라도 세계적 웃음거리인 권력세습을 청산하고 자유민주총선을 통한 통치권자의 선택을 실시해야 한다.그것이 진정 북한을 위하는 길이요 남북한의 통일·안보는 물론 공존·공영의 문을 여는 출발점이요 지름길임을 우리는 확신한다.

1993-04-1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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