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모씨 송환의 교훈/김인철 북한부기자(오늘의 눈)

이인모씨 송환의 교훈/김인철 북한부기자(오늘의 눈)

김인철 기자 기자
입력 1993-03-20 00:00
수정 1993-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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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부터 거듭된 북측의 송환요구로 우리 사회의 관심있는 이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과 동정을 동시에 받아온 이인모노인.그가 19일 판문점에서 북녘가족의 품에 안김으로써 15개월여에 걸친 지루한 「북송찬반논쟁」은 막을 내리게 됐다.

비록 병든 몸이나마 이노인은 휠체어에 실려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그러나 바로 그 시각 1천만 이산가족은 통한의 가슴을 씻어내릴 그 어떤 가능성도 엿보이지 않는 오늘의 현실에서 또다른 좌절감을 느껴야 했을 것이다.

그간 「형평의 문제」등을 제기하며 송환에 반대해왔던 많은 이들은 『이노인의 송환으로 얻어낸 것이 무엇이냐』며 정부를 겨냥한 또다른 공격을 준비할지 모른다.그러나 기자는 너무도 당연히 예측되는 이러한 불만에서 이노인문제가 남긴 교훈을 얻고자 한다.

사실 이노인의 송환은 『김영삼대통령의 용단에 감사한다』고 한 이노인의 말에서 드러나듯 대북자신감을 토대로 한 문민정부의 결단으로 실현됐지만 그는 이미 지난해 가을 북행길에 오를 수도 있었다.

잘 알려졌듯 남북한은 지난해9월 8차 평양고위급회담시 이노인송환과 관련,▲이산가족 고향방문교환사업의 정례화 ▲판문점면회소설치 ▲납북 동진호 어부송환등 우리측이 내세운 3개 요구조건을 놓고 본격적인 협상을 벌였으나 북측의 세번째 요구수용 거부로 절충에 실패했었다.그리고 당시 우리측 관련부처들은 이 조건의 철회여부를 놓고 마찰을 빚었으며 최고결정권자는 이 논쟁에 대한 결론을 유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말해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는 식의 협상방식과 최고결정권자의 어정쩡한 태도가 우리 사회내부의 불필요한 마찰만 증폭시켰으며 이미 지난해 가을 북으로 돌아갔어야 할 이노인의 발걸음을 늦추게 했던 것이다.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우리 사회의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이미 북측이 동의했던 2개의 조건마저 얻어내지 못한채 이노인을 돌려보내고만 것이다.

정치는 「차선의 선택」이라고 했다.이는 쌍방의 주장이 그 어느 경우보다 첨예하게 대립해온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할때 더욱 그 뜻을 곰새겨야할 말인 듯하다.

그러나 다행히도새 정부는 이번 이노인의 송환에서 드러났듯 대세를 따르는 결단의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다.이제 필요한 것은 남북간은 물론 우리 내부간의 협상에 있어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는 극단론보다 「차선의 타협안」을 찾아 한걸음 전진하는 선택에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용기이다.
1993-03-2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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