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이 버거운 대학/박찬구 사회1부기자(오늘의 눈)

자율이 버거운 대학/박찬구 사회1부기자(오늘의 눈)

박찬구 기자 기자
입력 1993-02-21 00:00
수정 1993-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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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학년도부터 실시될 새 대입제도의 가장큰 특징은 학생선발권을 대학에 맡겨 대학의 자율성을 크게 높인 점이다.

그러나 대학별 본고사를 치르는 전국 38개 대학 가운데 서울대등 극소수의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들은 오히려 자율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김희집 고려대총장)가 1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실에서 가진 「94학년도 대학별 본고사 실시에 관한 세미나」는 우리 대학의 현주소를 다시한번 확인시켜주는 자리였다.

이날 세미나에는 대학별 본고사를 통해 우수학생들을 선발하겠다고 나선 전국 38개 대학의 교무처장및 입시관리책임자들이 참석했다.

따라서 세미나는 마땅히 대학 실무자들이 본고사 운영및 관리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추진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상호보완하는 장이 되었어야 했다.

그럼에도 이날 세미나는 시종 서울대측의 원칙론에 대한 강조속에 구체적 운영·관리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서울대측의 눈치만 보는 대부분 대학들의 불만섞인 푸념으로 일관했다.

H대의 참석자는 『13년만에 본고사를 다시 도입한 본래의 취지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각대학이 본고사 과목과 출제유형을 서로 달리함으로써 대학실무자들이 문제유형개발등 본고사의 운영·관리문제를 놓고 허둥대고 있다』고 말했다.

C대 참석자도 『본고사를 안보면 좋은 학생이 안 올것 같아 본고사를 치르기로 했지만 실무자들 사이에선 걱정이 태산같다』면서 『아예 국립교육평가원이 수학능력시험의 수준을 높여 본고사의 필요성을 없애주든지 서울대나 「대교협」이 중심이 돼 문제은행을 운영해 다른 대학들이 이를 공유할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방의 C대 참석자도 『복수지원제 도입으로 3만∼4만명의 지원자가 몰린텐데 문제출제도 문제지만 시험지 인쇄가 더 큰 난제』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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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대학의 「눈치」를 살피며 『왜 빨리 문제유형을 공개하지 않느냐』고 닦달하는 이날 참석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대학들이 「자율」이란 선물보따리를 버거워하며 또다른 「타율」을 자초하는 듯한 인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최근의 입시부정도 결국 타율에 길들여진 대학들이 스스로 불러들인 것이라는 지적을 이 시점에서 곱씹어 봐야 할것같다.
1993-02-2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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