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법질서」의 출두/이건영 사회1부기자(오늘의 눈)

「미스터 법질서」의 출두/이건영 사회1부기자(오늘의 눈)

이건영 기자 기자
입력 1992-12-22 00:00
수정 1992-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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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씨.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을 지냈으며 「미스터법질서」로 통해왔던 인물이다.

그가 「부산기관장모임」을 조사받기 위해 21일 상오 서초동 검찰청사에 나왔다.

한 나라의 검찰총수였던 사람이 검찰에 소환된 이 흔치 않은 사건에 내외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물론이다.

검찰의 소환에 응한 그의 모습에서 법의 엄정집행을 부르짖었던 과거의 「기상」을 엿볼수도 있었지만 결코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그를 부를 수밖에 없었던 검찰도 여간 곤혹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새까만 후배검사 앞에서 모임의 성격이 사적이었다고 해명하는 전직 검찰의 최고책임자.후배검사도 그도 두번 다시는 못할짓 이었을게다.

「부산기관장모임」이 실정법에 저촉되는 지의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지역감정을 부추긴 그의 발언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남이 그런 이야기를 꺼냈더라도 막아야 했을 그가 한술 더 뜬 이유는 모르겠지만 30여년동안 법질서를 통한 사회정의를 추구한 사람으로서는 걸맞지 않은 행동이었다.

평소 그를 알고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은 적지않은 충격을받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의 언행은 평소와 너무달라 상상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를 당초 잘못 알았든지 아니면 그가 「이중의 처신」을 해왔다는 강력한 비난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외부에 비친 그는 신중하고 양식있는 신사였다.

그는 모임의 파문이 커지고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자 『신중하지 못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해명에 부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중하지 못한 사람이 아닌 그가 신중하지 못한 일을 했다는 것은 무슨 뜻이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이 아이러니를 그저 누구나 실수는 있는 법이라고 포용할만한 사회적 분위기는 아닌 것같다.

법적인 책임이 될지 도덕적인 책임이 될지 그건 다음 문제고 그에게서 책임지는 진실된 모습을 봤으면 하는 것이다.

그동안 해온 그의 말과 행동이 합일됐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그런 모습은 중요하다고 본다.

검찰조사에 앞서 그는 사과문을 통해 『반성과 자책을 한다』고 했지만 왠지 미흡하다는 생각이다.

그도 살고 자신의 잔뼈를 굵게한 검찰도 사는 길을 찾아야 한다.눈앞의 위기만을 벗어나려는 해명은 영원히 죽는 길이다.

후배들에게 부담을 주는 선배가 돼서야 되겠는가.
1992-12-2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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