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아기에겐 사람젖을(박갑천칼럼)

사람아기에겐 사람젖을(박갑천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2-11-04 00:00
수정 1992-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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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남편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치자.­『당신의 아내가 가장 아름답게 보일 때는?』과연 어떤 대답들이 나올까.「거울앞에서 흥얼대며 화장을 할 때」,「앞치마 두르고 요리를 할때」,「이쪽 잘못을 뻔히 알면서 잔잔한 미소로 감싸줄때」,「왕릉만한 10개월짜리 배를 안고 뒤뚱거릴 때」.개중에는 「고야의 어떤 그림같은 모습으로 미태 지을때」같은 대답도 있긴 할 것이다.

예상되는 수많은 대답중에서도 이런 대답은 어떨까.­「아기에게 젖을 물린 채 아기를 그윽히 들여다보고 있을 때」.지금 아기를 젖먹여 키우는 가정의 남편이라면 아내의 그 모습을 눈여겨 보기 바란다.이미 옛일로 되어버린 남편의 경우라도 그때의 아내 모습을 한번 떠올려 볼 일이다.천사의 모습이 어떤 것인가를 느끼게 할 것이다.

젊은 부부들은 아기가 생기면서부터 사랑의 형태에 변화가 오는 것을 실감한다.부부간의 사랑이 아기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전달된다는 사실이 그것.이때까지의 사랑을 말초적인 것이었다고 한다면 아기를 매개체로 한 사랑은 성스럽게 승화된 형태라 할 수도 있다.아내가 젖을 빨리는 일에서도 그것을 느낀다.아내는 자신을 빨리면서 사랑을 공급한다.핏줄의 유대를 강화한다.아기는 그 사랑을 빨아 먹는다.평생을 두고 정신적 영양소가 될.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 엄마 젖에는 식균세포·효소·면역체등이 들어 있어서 아기를 질병으로부터 보호한다고 한다.그뿐 아니라 젖을 빨리는 산모는 산후 회복도 빠르고 유방암 발생률도 낮아진다는 것이다.얼마전 영국 의학전문지 랜셋은 엄마젖을 먹고 자란 아기가 분유먹고 자란 아기보다 지능지수가 8·3%포인트 높다는 한 연구결과를 싣고 있기도.그렇건만 우리의 모유 수유율은 고작 29% 수준.유럽·미국등 선진국의 70∼80%수준에 크게 못미친다.이는 잘못된 관념때문이라면서 대한 간호사협회에서 모유 먹이기 확산운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와 관련하여 생각나는 것이 지난 봄 일본의 한 신문에 소개된 책 「어린이와 입의 미래를 위하여」.치과(정상직언)·보건(판하영자)전문가 공저인 이 책에서는 엄마젖이 아닌 포유병으로 우유를 먹여 키운 아이들의 턱이 약화됐음을 심각하게 지적한다.엄마젖은 턱운동이 되게 빠는데 비해 포유병의 우유는 쉽게 빨아 넘김으로써 씹지 못하는 아이,삼키지 못하는 아이가 늘어나 「25%」에 이른다는 것.턱관절증도 일으킨다는 것이었다.조사가 안되어 그렇지 우리의 경우도 이에 뒤지지 않는 것 아닐까.

쇠젖은 송아지가 먹기 위해 있는 것이고 사람젖은 사람 아기가 먹기 위해 있는 것이다.다만 어쩔 수 없는 경우 쇠젖은 사람젖의 대용품이 될 수는 있다.한데 미용이나 편익을 위해 쇠젖을 먹이는 우리의 어머니들.사랑이 전달 안됨을 모르는가.하늘 뜻에 거역하는 것임을 모르는가.<서울신문 논설위원>
1992-11-0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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