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다 소중한 것/김희수 김안과병원장(굄돌)

눈보다 소중한 것/김희수 김안과병원장(굄돌)

김희수 기자 기자
입력 1992-10-17 00:00
수정 1992-10-17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여자의 가장 큰 소망과 집념은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과 노력일 것이다.사람은 누구나 제 잘난 멋에 산다고 하지만 남자는 나이 40이 되면 자기 얼굴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내릴 줄 안다고 한다.제 얼굴이 잘 생겼는지,못 생겼는지를.그러나 여자는 늙어 죽을 때까지 제얼굴이 잘 생겼고 아름답다는 착각과 자존심에 산다고 한다.여자가 거울앞에 자주 서는 것을 보면 맞는 말이다.못 생기고 미운 얼굴을 거울앞에 세워놓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흡족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감상을 하겠는가.

창조주가 인간을 만들때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신경을 쓴 것같다.섬세하고 부드러우며 귀엽고 아름다운게 여자이기 때문이다.하기야 창조주의 손 위에서 처음 태어날때 아름답지 않는 것은 없다.어린이의 얼굴을 보고,뜰 위의 새 싹을 보라.아름다운 차원을 넘어 신비스럽게까지 느껴지지 않는가.살아가면서 찌들고 일그러지며 구겨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복스럽고 화사하며 덕스럽게 되는 사람도 있다.매사에 입을 삐쭉이며 이마를 찡그리고 눈을 흘기면서 예쁘게 늙기를 바란다면 잘못되어도 많이 잘못된 생각일 것이다.

여자는 아름답다.그 중에서도 동서고금을 통해서 미녀로 널리 알려진 여자가 있다.서양의 클레오파트라,중국의 양귀비,우리나라의 춘향이가 있다.그러나 일국의 임금으로서 권위와 생살여탈권을 가지고도 품안에 넣지 못한 미녀가 있다.다름아닌 백제의 미녀 아랑이다.

아랑은 도미라는 이름없는 목수의 아내였다.아랑이 예쁘다는 소문이 개로왕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천하일색 아랑이가 보잘것 없는 목수의 아내가 되다니….아랑이를 납치하여다가 왕실의 호사스러움을 보여주면서 사랑하고자 하였다.그러나 아랑은 듣지 않았다.왕은 그녀의 남편 도미를 잡아다가 두눈을 뽑고 강가에 버렸다.장님을 택할 것인가,임금을 택할 것인가.그러나 아랑은 장님이 된 남편을 택하여 행복하게 살았다.

백제의 미녀 아랑의 이야기이다.

사람에게 가장 아름답고 소중하며 귀한 것이 눈이라고 한다.그 눈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참된 사랑.참된 마음이다.
1992-10-17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