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다윗」 탄생할것인가/손남원 생활부기자(저울대)

「소비자다윗」 탄생할것인가/손남원 생활부기자(저울대)

손남원 기자 기자
입력 1992-09-18 00:00
수정 1992-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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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소비자들은 거대한 기업 현대자동차와 맞서 소비자권리를 주장했던 김방철이라는 의사출신의 인물을 기억할것이다.얼핏 골리앗과 싸워 이긴 다윗처럼 보였던 그가 최근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서울민사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다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 까닭은 다른데 있지 않다.현행 소비자보호법상의 제도적 장치는 그를 영원한 소비자 다윗으로 밀어주지 못했다는데서 찾아진다.

그는 연비불량 승용차를 판매한 자동차회사에 신차교환을 요구하는 장장 2년여의 싸움에서 지난 6월 일단 승리를 거둔바있다.이렇듯 잠시나마 소비자의 권리를 충족시켜준데가 바로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다.한국소비자보호원내의 독립적인 심의·의결기구인 이 조정위는 소비자들의 피해구제신청 최종판정을 내리는 중요한 임무를 가지고 있다.

분쟁조정위에 안건이 상정되기까지는 먼저 소비자보호원의 당사자간 합의유도와 시험결과를 토대로한 분쟁조정이 선행되는 것은 물론이다.이렇듯 복잡한 과정을 거쳐 올라온 피해구제신청은 이해관계인등 각계 의견을 수렴한후 30일이내에 조정결정을 내린다.조정결정을 양쪽이 수락하면 이 조정서의 내용은 민사재판상의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소비자분쟁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자 최후 조정이라 할수있다.

그러나 문제는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을 때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은 휴지조각으로 버려진다는 점이다.김방철씨의 기쁨이 한순간으로 끝나야했던 이유도 여기 있다.분조위가 연비불량의 차량을 판매한 자동차회사에 『신차로 교환해 주라』는 조정결정을 내렸지만 상대방이 불복함으로써 사태는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소송을 제기한 심정에 십분 이해가 간다.

이러한 때에 경제기획원은 현행소비자보호법을 제정5년만에 전면 개정·보완하기위한 입법예고를 했다.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쟁조정위의 조정효력에 관한 조항은 실제 개선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된다.결국 분쟁조정위의 조정결정을 우습게 여기는 부도덕한 기업과 마주친 소비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민사소송으로까지 끌고가는 고통을 겪게됐다.

그래서 김방철씨의 이번 소송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분쟁조정위에서는 이기고 재판에서는 지는 일」이 없을는지….만약 지기라도 한다면 소비자보호의 최후보루인 분쟁조정위의 권위상실은 물론 소비자 다윗은 영영 탄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92-09-1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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