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안목으로 과학기술의 「씨앗」 뿌려야/김재설(해시계)

긴 안목으로 과학기술의 「씨앗」 뿌려야/김재설(해시계)

김재설 기자 기자
입력 1992-09-15 00:00
수정 1992-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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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어느 대통령이 퇴임할 때 신문에 난 한 어린이의 사진이 생각난다.그 어린이는 『위대했던 지난 팔년을 감사합니다』란 표지판을 들고 그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인기를 대변하고 있었다.사실 그 대통령의 통치기간 중 미국은 호경기로 풍성했고 실업률은 최저를 유지하여 겉으로 보기에는 명 대통령이란 말을 들을만도 했다.그러나 이 대통령 재임기간중 재정적자가 엄청나게 늘었다는 점을 미국 국민들이 간과하고 있었다는 것이 문제였다.대통령을 찬양하던 그 어린이는 이 대통령이 끌어다 쓴 빚을 나중에 자기가 자라서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그래서 미국에서는 재정적자를 『가장 큰 어린이 학대』로 매도한다.

미국은 수시로 역사학자들이 모여 전문가적 안목으로 역대 대통령들의 치적을 평가한다.그런데 훌륭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이들은 재임 중 인기없는 대통령이었던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누구나 당장 먹여 주는 곶감이 더 달고 허리띠를 졸라 매라는 대통령은 싫어 한다.다만 이들은 당장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먼 장래를 바라보고 나라를 이끌어 갔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우리도 오는 12월 새 대통령을 뽑는다.그동안 국민 앞에 높은 경륜을 보이시던 분들이 나섰으니 마음 든든하지만 과학기술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 새로 국정을 맡으시겠다는 분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이 꼭 하나 있다.

5년 뒤 퇴임하실 때 화려한 내 업적을 나열할 것을 생각마시고 20∼30년 뒤 국민이 고마워 할 그런 대통령이 되어 줍시사 하는 말이다.그러려면 당장의 인기는 포기하여야 한다.돌이켜 학창시절을 회상해도 그때는 건성건성 공부해도 학점 잘 주시던 분이 인기있었지만 지금 감사하고 싶은 스승은 가혹하게 채찍질하여 참 실력을 길러주신 분들이다.

과학기술의 진흥은 더욱 그렇다.지금 대통령이 아무리 정성을 쏟아 부어도 그 열매는 그 대통령의 임기중에 맺지 못한다.오늘날 일본의 산업기술이 세계 최고를 자랑하고 미국,유럽을 궁지에 몰아 넣고 있지만 그 씨앗은 벌써 50년대,60년대에 뿌려진 것이다.우리도 오늘 당장부터 과학기술에 국력을 쏟아도 『그것이 내 공이요』하고 나설 이는 지금 대통령이 아니라 20∼30년 뒤의 대통령들이다.내 임기 중 인기와 내 업적에 급급하는 대통령은 이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 같이 어리석어 보이는 일은 하지 못한다.

새로 대통령이 되실 분은 내 자신이 훌륭한 대통령이 되기 보다 지금쯤 대학생일지도 모르는 이름 모를 장래 대통령들을 위하여 오늘 기꺼이 씨를 뿌리는 마음이시기 바란다.<에너지기술연구소 산업에너지 응용기술단 팀장>
1992-09-1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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