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에는 돼지가 불정한 동물로서 좋지 않은 일에 비유되곤 한다.마태복음(7장 6절)의 「돼지와 진주」도 그것.『…너희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저희가 그것을 발로 밟고 돌이켜…』◆매사 처신에 신중해야 할 것을 가르치는 구절.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참다운 값어치를 모르는 자에게 고귀한 것을 주는 일은 무의미하다는 뜻으로 쓰인다.진주와 돌멩이를 구별 못하는 돼지이고 보면 진주보다 더 고귀한 영혼의 의미를 알리야 더더구나 없는것.그저 아침 저녁으로 배부르면 되고 배부를 때 꿀꿀거리면 되는 존재가 「돼지와 진주」의 돼지이다.◆돼지띠는 잘 산다는 속담도 있고 돼지꿈 꾸고서 복권 당첨된다고도 한다.하지만 자기한테 대고 돼지 같다고 할 때 좋아할 사람은 없다.생각없이 미련하게 처먹기만 한다는 뜻으로 들릴 테니까.그렇다 해도 사람에게서 예절이나 도덕심이 빠져버린다면 돼지와 다를 게 없잖은가.영악하다는 점에서는 돼지보다 못할 수도 있다.그런 유형의 사람에게 안겨지는 부 그것은 영락없는 「돼지한테 진주」.아무리 잘 살아도 영혼이 맑지 못할 때 「사람」으로서는 불행해진다.◆김영삼 민자당 총재의 취임사 속에는 한국병치유에 총력을 다한다는 말이 나온다.「한국병」이란 불신풍조,권위와 질서의 붕괴,가치관의 혼란과 청소년의 방황,과소비와 사치,계층 지역 세대간 갈등,자연파괴와 환경오염 등등을 가리키는 말.그 모두가 인간의 품성과 윤리·도덕에 관계되는 사항들이다.설사 경제대국으로 부상하여 부와 풍요를 구가하게 된다해도 이 「한국병」이 다스려지지 않는다면 「돼지한테 진주」로 되는것 아닐까.◆「맹자」(등문공상)에는 『만약 약이 어지러울 정도로 강하지 않으면 그 병은 낫지 않는다』는 대목이 보인다.상당한 중병이라고 할수 있을 「한국병」.어지러울 정도로 강한 약이 어떻게 처방되어 나올 것인지.
1992-08-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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