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변화와 대문/최재필 명지대교수·건축학(굄돌)

사회변화와 대문/최재필 명지대교수·건축학(굄돌)

최재필 기자 기자
입력 1992-08-20 00:00
수정 1992-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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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새로 짓는 집은 거의 다 아파트 아니면 연립주택이고 전통 한옥은 이제 더 이상 짓질 않는 것 같다.어떤 통계에 의하면 현재 서울시 전체 가구의 반 이상이 아파트나 연립주택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한옥과 아파트는 서로 다른 점이 아주 많다.그중에서도 집에 드나들 때 항상 거치게 되는 대문을 한번 생각해 보자.한옥의 대문과 아파트의 출입문은 여러가지 면에서 서로 비교가 되지만,평소에 느끼지 못했으면서도 알고보면 쉽게 눈에 띄는 차이 점이 하나 있다.문이 열리는 방향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한옥 대문은 집밖에서 안쪽으로 열리고 아파트 문은 반대로 집안에서 바깥쪽으로 열리게 되어있다.그런데 이 차이점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 보면 무척 재미있다.

무릇 어떤 물체를 움직이려 할때 그것을 당기는 것보다는 미는 것이 더 쉽다.문도 마찬가지이다.문 손잡이를 찾아 그것을 잡고나서 문을 당겨 열기보다는 손바닥으로 밀어 여는 것이 더 쉽다.

한옥의 경우 밖에서 대문을 밀고 집안으로 들어선다.저녁이 되어 바깥일에 지친 식구들이 하나씩 집으로 들어올때 대문은 집 안쪽으로 열리며 이들을 따뜻이 받아들인다.아파트의 경우 밖에서 문을 당겨 안으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안에서 문을 밀고 밖으로 나가기가 더 쉽다.집안보다는 집밖을 더 중히 여기는 요즘 세태를 반영한다는 생각이 드는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집에 손님이 찾아온다.한옥의 경우 집주인은 문틈으로 손님을 확인한후(한발짝 물러서서)대문을 당겨 열고 손님을 맞아들인다.예로부터 손님을 환대하는 우리네 관습이 엿보인다.아파트의 경우 집주인이 문구멍으로 손님을 확인하고(이번에는 반대로 손님이 한발짝 물러서야)문을 밀어 열고 손님을 불러들인다.현대 도시생활에서 이웃간에 오가는 정을 못느낀다는 불평을 이해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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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사회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한다.집 대문이 열리는 방향이 바뀐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그만큼 변했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1992-08-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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