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 겪는 시장경제 구축(소련쿠데타 1년:중)

어려움 겪는 시장경제 구축(소련쿠데타 1년:중)

이기동 기자 기자
입력 1992-08-18 00:00
수정 1992-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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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인플레… 값 비싸 물건 못산다/생활비 1천% 상승… 빈곤층 늘어/생산성도 하락,기업민영화 차질

외견상 러시아경제는 지난 1년사이 엄청난 변화를 보였다.

우선 구소련경제난의 대명사였던 줄서기가 사라졌다.슈퍼마켓·시장·백화점 진열대에는 빵·채소등 식품류와 각종 생필품이 가득 쌓여 누구든지 돈만 있으며 언제라도 살 수 있게 됐다.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시민들뿐아니라 러시아당국도 시장경제원리를 나름대로 이해해가고 있는듯한 모습이다.소위 「돈의 맛」을 알기 시작한 것이다.

모스크바시당국은 공산주의시절 성역이던 붉은광장에까지 수입담배·운동화·위스키,심지어 도색잡지까지 파는 키오스크 설치를 허용했고 대도시 지하철역 입구·백화점주변등엔 돈되는 것은 무엇이든 들고나와 팔려는 시민들의 행렬이 새로운 명물로 등장했다.

그러나 이 외양을 한꺼풀만 들여다보면 사정은 지극히 비관적이다.

금년초 단행한 1단계 가격자유화조치는 공장창고에 쌓여있던 물건들을 시장으로 끌어냈지만 대신 천문학적인 가격상승을 가져와이제는 「물건은 있지만 돈이 없어 못사는」식이 돼버렸다.

7월말 현재 공식 인플레율은 월15∼17%로 발표되지만 시민들의 실생활비부담은 1월초에 비해 1천6백%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있다.반면 임금은 겨우 2배정도 올랐다.극심한 현금난 타개를 위해 매월 2천 6백억 루블의 돈을 찍어내고(「트루드」지 보도)있지만 금년상반기중 체불임금이 2천2백16억 루블에 이르는 것으로 집게됐다.

고르바초프시절 5백일 경제개혁계획 작성자였던 샤탈린교수는 금년 1∼5월 사이 러시아경제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GNP 17%감소 ▲공업생산 13%감소 ▲소비재생산 25%감소 ▲자본투자 44%감소 ▲수출 30%,수입 18% 감소한 것으로 집게했다.연말쯤 인플레가 2천4백∼2천9백%까지 뛸 것이란 예상도 있다(「경제와 생활」지 보도).

옐친정부는 당초 가격자유화를 통해 국가보조금을 철폐하고 국영기업 민영화,루블태환화 단계적 실시 등을 시장경제화로의 주과제로 삼았다.

하지만 임금인상등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저항,의회내 보수세력과 군산복합체등의 조직적인 저항으로 어느 하나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옐친대통령도 최근들어서는 일방적 개혁추진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는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향후 러시아의 경제개혁이 한단계 늦춰질 것이라는 풀이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옐친정부는 경제회복에 긴요한 2백40억 달러의 서방지원을 얻기 위해 IMF(국제통화기금)와 한 합의를 이행해야할 입장이다.IMF는 러시아정부에 대해 금년말까지 에너지가격 완전자유화·인플레 9%이하로 억제·재정적자(현재정적자는 70억 달러)를 GNP의 5%선 이하로 억제할 것등을 차관제공의 선결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7월현재 러시아의 총외채는 7백43억 달러에 이르지만 우크라이나등 CIS국간 외채분담문제가 아직 분명히 마무리지어지지 않아 외채상환등에 있어 채권국들의 협조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8월 현재 달러당 루블화의 교환비율이 1백61루블까지 하락,80대 1 수준에서 변동환율제로 정착하겠다는 목표는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기업민영화도 주춤하고 있다.현재 러시아전역에서 일반에 매각된 중소기업체수는 모스크바의 6천개를 포함,1만여개.계획대로라면 93년말까지는 4천개의 대기업도 일반에 매각될 예정이다.하지만 이를 인수할 시중자금이 크게 부족해 민영화 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산업생산량 하락에는 동구 및 구소련공화국들 상호간의 교역붕괴가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발트해 3국이 완전독립했고 CIS국들 다수가 독자화폐 도입을 추진하는등 소련시절의 루블화경제권이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독자경제체제로의 구조개선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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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안에 경제회생의 토대를 닦겠다는 러시아정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시장경제 토대를 닦는데 길게는 10년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이기동기자>
1992-08-1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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