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언어습관/유재원 외대교수·언어학(굄돌)

바른 언어습관/유재원 외대교수·언어학(굄돌)

유재원 기자 기자
입력 1992-04-18 00:00
수정 1992-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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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는 존댓말과 반말의 구분이 있어 상대에 따라,또는 상황에 따라 말투를 달리해야 한다.따라서 말 속에 말하는 이가 상대를 어떻게 대우하고 있나가 드러나게 마련이다.그러다 보니 한국인들은 상대방의 말투에 매우 민감하게 되고 때에 따라선 이 말투가 시빗거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떤 문제로 다툴때 가장 우스꽝스러운 일이 바로 이 말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처음엔 네가 옳으니 내가 옳으니 하며 제법 논리적으로 진지하게 문제의 핵심을 따지는 듯하다가 감정이 격앙되기 시작하면 차츰 말이 거칠어 진다.그러다 한쪽에서 「당신이…」하는 식으로 반말 비슷한 말투가 튀어 나오게 되면 상대방이 더욱 흥분되어 「이게 어따대고 반말이야!」하고 언성을 높이게 된다.이렇게 되면 모든 상황은 엉망이 되고 만다.이젠 원래 무엇 때문에 시비가 일어 났는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오직 말꼬리만 물고 늘어지는 볼꼴 사나운 작태가 벌어지게 되면서 나이가 어린 놈이 건방지다느니,부모도 형님도 없냐느니 하다가 급기야는욕설이 난무하게 되고 끝내는 주먹까지 오가는 지경에 이르러 그야말로 개판이 되고 만다.

그런데 이런 말투에 대한 시비는 논리적으로 수세에 몰리던 쪽에서 먼저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반말 시비로 일거에 자신의 불리함을 역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그야말로 전가의 보도인 셈이다.이러니 어디 세상사를 조리있게 이성적으로 처리할 수가 있겠는가? 이런 현상이 사라지기 전엔 한국인들이 논리적이 되기는 영 글러 먹은 일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고쳐야 할 큰 병폐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한국어의 고유 특성 중의 하나인 존댓말을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다.잘못은 존댓말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고 서로 예의를 다하고 꼭 알맞는 말씨를 쓰라고 만든 존댓말을 잘못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있는 것이니 말이다.시비를 가릴 때에도 예의를 잃지 말고 절대로 반말 비슷한 말투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흥분부터 해서 이성을 잃지 말고 차근차근 조리있게 사리를 따지는 훈련을 해야 한다.반말을 주고 받던 사이도 이런 상황에선 오히려 존댓말을 써가며 말투에대한 시빗거리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그러려면 모름지기 평소부터 점잖고 고상한 언어 사용을 습관화 해야할 것이다.말은 인격 그 자체이니 말이다.

1992-04-1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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