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권좌 조기세습의 「신호」/김정일 군최고사령관 등장 의미

북한 권좌 조기세습의 「신호」/김정일 군최고사령관 등장 의미

김인철 기자 기자
입력 1991-12-26 00:00
수정 1991-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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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이어 군부통제권까지 장악/김일성 사후 권력갈등 소지 제거

김정일이 24일 열린 북한노동당6기 19차 전원회의에서 군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됐다는 북한중앙방송의 25일자 보도는 두가지 점에서 주목된다.

그 하나는 김정일이 노동당 전원회의라는 공식절차를 통해 군최고사령관에 추대됐다는 점이다.다시 말해 이번 보도는 이제까지 간간이 흘러나왔던 김정일최고사령관 「호칭설」과 달리 그 절차를 명시함으로써 의심의 여지를 불식시켰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80년 제6차 노동당대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표면화된 김정일권력승계가 최종 단계에 이르고 있음을 나타내는 동시에 김정일이 당정에 이어 북한권력의 마지막 핵심고리인 군부를 완전히 장악했음을 명시적으로 천명한 것으로 김의 공식적인 권력승계가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이와 더불어 당6기 19차전원회의가 지난해 5월이후 1년7개월만에 열렸다는 점이 이번 보도의 또다른 특징이다.당대회와 당대회 사이 북한 노동당이 직면한 중요문제를 토의·결정하는 최고결정기구인 당중앙위전원회의가 「남북합의서」가 채택되고 국제적인 핵사찰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시점에 열렸다는 것은 북한이 권력승계의 마무리작업과 대내외정세에 따른 국면전환을 연계해 진행시키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남북관계개선과 현실주의에 토대를 둔 대외정책추진 등 북한의 정책전환에 따른 내부적인 결속와해를 최소화하면서 김일성·김정일부자세습을 부동의 사실로서 확인함으로써 자신의 사후에 빚어질지 모르는 내부적인 권력갈등의 소지를 완벽하게 없애겠다는 김일성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도 해석해볼 수 있다.

또한 대일수교추진 등에 있어 적극성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이 북한군부를 대표하게 됐다는 사실은 앞으로 북한이 대남정책 및 대외정책 추진에 있어 보다 전향적인 방향전환을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럼에도 북한의 사회주의헌법 93조는 최고인민회의에서 선출된 국가주석,곧 김일성주석이 「전반적 무력의 최?自渶?관」임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당중앙위 전원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주석직의 승계가 없는 김정일의 최고사령관 추대가 외형적인 권력조직상 가능한 것인가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최고사령관 「추대」보도 역시 김정일이 군부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또한 당차원에서의 군통수권을 완전 장악했음을 의미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가 정부조직상의 최고사령관의 지위에 올랐음을 뜻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이경우 김정일은 북한방송의 표현과 달리 이제까지 김일성이 맡아온 당중앙위 군사위원회 위원장에 추대됐으며 이 사실이 곧 당우위의 북한권력 특성상 사실상의 최고사령관의 지위승계로 평가된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의 정황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김정일이 지난해 5월 정부기관인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에 선출돼 군에 대한 통수권을 내용상 승계한데 이어 이번에 「군최고사령관」에 추대됨으로써 최고 지도자의 지위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점이다.

동시에 지난해 5월 「당6기 18차전원회의개최→최고인민회의 제9기1차회의소집」의 절차를 거쳐 국방위 제1부위원장에 올랐듯 이번 「당6기19차 전원회의개최」에 이어 내년 2월 김정일의 생일을 전후해 또는 4월 중순쯤 「최고인민회의 제9기3차회의」가 소집돼 김정일에게 보다 명실상부한 지위를 부여하지 않겠느냐는 예측을 낳고 있다.<김인철기자>
1991-12-2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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