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외언내언

입력 1991-10-22 00:00
수정 1991-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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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엘 내려갔더니 벌써 기러기 떼가 난다.달빛을 부스러뜨리는 기럭기럭 소리는 겨울이 오고 있다는 신호.서리와 함께 오는 철새라서 붙은 별칭인 「상신」이 그럴싸하다.◆미당 서정주시인은 이 기러기 소리를 「끼르릉」으로 듣고 있다.시인의 남다른 감성 때문인 것이리라.­『…무성한 갈대밭 위로는 문득 몇십마린가 기러기 한 떼가 끼르릉 끼르릉 하고 그 소리의 종성인 「ㅇ」소리를 여러개의 종소리의 여운처럼 울리며 날아가고 있고…(서리 오는 달밤길)』하고 읊는다.아버지와 함께 걸은 이날 밤의 「모든 구성」이 사는데 「중요한 표준」이 되었다고 그는 말한다.◆비가 뿌리고 나더니 곧장 초겨울 날씨로 이어진다.영동의 산악지대에는 이미 눈도 내리고 수은주는 영하로.단풍이 남하의 경주를 시작한다.기후의 변화로 나뭇잎에 생리적인 변화가 일어나면서 생기는 단풍.더러는 빨갛게,더러는 노랗게,더러는 갈색으로 변하는 단풍은 조화옹이 늦가을에 부리는 멋이기도 하다.사람들은 여기 도취된다.봄·여름의 꽃에 진다고 할 수 없는 정경.지난 일요일에도 단풍구경의 행렬은 전국의 산으로 밀려 들었다.◆이런 계절에 인생을 생각해 보는 것은 미당시인 뿐만은 아니다.나목의 겨울을 앞둔 나무나무의 화사한 치장의 의미는 무엇일까.『밤은 고요하고 방은 물로 시친듯 합니다/이불은 개인 채로 옆에 놓아두고 화롯불을 다듬거리고 앉었습니다…』.만해 한용운의 「밤은 고요하고」의 시작.단풍도 이울어가는 어느 산사에서 「님」을 생각했던 그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삶에의 켜를 하나 더 얹게 하는 계절이다.◆내일 모레면 상강.농촌의 들녘은 모자라는 인력 속에 거둬들이기 바쁜 철이다.은은한 방향을 뿜으며 노래져 가는 남녘 들의 유자.인생의 가을도 유자같아야 하는 것을.

1991-10-2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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