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실패이후 권력변화 예진(크렘린 대지진:4)

쿠데타 실패이후 권력변화 예진(크렘린 대지진:4)

이창순 기자 기자
입력 1991-08-23 00:00
수정 1991-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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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권력구조 지각변동 온다/보수파 숙청되면 개혁파 급부상할듯/“공산당,이념고수땐 소수당전락”경고

소련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소련의 「피플파워」는 강경보수파들의 「역사의 반복」을 거부하고 페레스트로이카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했다.

모스크바로 돌아온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도 이번 쿠데타의 실패는 페레스트로이카의 승리라고 선언했다.그는 소련의 개혁과 개방정책은 결코 후퇴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임을 천명했다.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은 이미 소련사회의 성격을 크게 변화시켰음이 이번 쿠데타로 증명되었다.민주와 자유의 실체를 체험한 소련국민들이 보수화를 거부한 것이다.이는 소련사회에서도 「힘의 이동」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소련의 권력은 전통적으로 공산당·군부·KGB에 의해 장악되어 왔다.그러나 이번 쿠데타는 민중의 힘이 소련의 새로운 힘의 원천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강경보수파들은 쿠데타 실패로 몰락의 길을 스스로 재촉했다고 볼수 있다.물론 쿠데타 실패가 아직도 소련사회각 부문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보수화 성향을 일거에 청산시킬수는 없을 것이다.더욱이 보수세력들은 쿠데타 실패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군부·공산당·KGB관료체제에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다.그러나 강경보수세력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될수 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군부나 KGB는 이번 정변을 계기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우선 쿠데타 주도 세력이었던 야조프국방장관과 크류치코프 KGB의장이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며 군부와 KGB내의 숙정작업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고르바초프대통령도 쿠데타 주도세력의 제거를 서두르고 있다.그러나 실제로 쿠데타를 지지한 군부나 KGB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아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산당내에서의 보수파들의 영향력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르바초프의 전보좌관이었던 야코블레프는 공산당이 서구식 사회민주주의 지향정당과 기존의 공산당으로 분열될 것으로 전망한다.그는 공산당이 전통적인 이데올로기를 고집할 경우 수구파만의 소수 정당으로 전락할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미국 컬럼비아대의 마셜 슐먼교수도 『고르바초프대통령이 이제는 보수세력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더이상 보수와 개혁파간의 줄타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수세력의 영향력 위축을 전망한다.고르바초프는 그러나 보수와 개혁파간의 완충역할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않다.

고르바초프가 과연 어느정도의 지도력을 발휘할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이다.일부 분석가들은 고르바초프가 상징적 대통령으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또 고르바초프는 점차 독립을 추구하는 공화국들에 권한을 내어주고 약화된 연방정부의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미듀크대의 제리 휴교수는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될지 몰라도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고르바초프와 옐친이 전략적 제휴를 통해 개혁의 구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고르바초프와 옐친은 각각 자신들의 직책을 유지하는 비공식적 공동지도체제 이른바 「이중적 권력구조」를 형성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옐친도 단기적으로는 고르바초프를 지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그러나 옐친은 이번 쿠데타를 저지시킨 피플파워의 구심점이 되며 소련의 새로운 지도자로 부상하고 있다.국민들의 직접선거에 의해 러시아공화국대통령으로 선출된 옐친은 쿠데타를 저지시키는데 선도적 역할을 함으로써 소련국민들 뿐만아니라 서방세계지도자들로부터도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옐친은 서방국가들에게 위대한 민주주의의 희망으로 떠올랐다.과거 어릿광대 취급을 하던 부시 미대통령도 『나는 세계의 다른 지도자들과 함께 그의 위대한 용기를 찬양한다』고 강조했다.

고르바초프는 모스크바로 다시 돌아왔지만 그는 쿠데타 후유증의 치유와 경제난 해결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경제적 혼란이 쿠데타의 주요 원인이 될 만큼 소련경제상황은 악화돼 있다.

고르바초프의 경제개혁은 아직 가시적 결실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많은 정치분석가들은 미국을 비롯한 서양세계는 소련의 보수화를 막기위해서도 대소경제지원을 적극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련에 대한 경제지원 강화는 소련과 서방세계와의 관계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물론 쿠데타실패로고르바초프와 부시대통령이 추진하는 동서화해의 새로운 국제질서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그러나 소련과 서방세계와의 관계강화로 소련이 서방세계 경제권으로 통합될 경우 국제정치의 화해무드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고르바초프가 추진하는 신연방조약에 따라 소련은 새로운 연방체제로 다시 탄생할 것이다.조약체결을 약속한 9개공화국 외에 어느 공화국이 새로이 조약체결에 동참할지는 미지수이다.그러나 적어도 발트해 3개공화국은 그들의 독립움직임을 더욱 가속시킬 것으로 전망된다.에스토니아공화국과 라트비아공화국은 쿠데타의 와중에서 독립을 선언했다.라우치스틴 에스토니아의회부의장은 『발트해 공화국의 실질적인 독립이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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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방조약은 소련의 분권화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크렘린의 집중됐던 권력이 공화국으로 분산되는 것이다.소련의 분권화는 소련사회의 민주화를 촉진시킬것으로 전망된다.쿠데타에 저항한 피플파워는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소련은 시민사회로 가고 있는 것이다.<이창순기자>
1991-08-2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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