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어른을 오랜만에 만났을 때 건네는 덕담이 있다.『무슨 비방이라도 있습니까.신관이 아주 좋으십니다』.빈말인 줄 알면서도 듣는 쪽은 기분이 좋아지는 법.어떤 부부가 그 자녀를 인사시켰을 때 하는 덕담도 있다.『어쩜,아버지를 쏙 빼닮았군요』.「내 씨앗」의 확인으로 부부의 기분은 좋아진다.◆그 자녀가 부모를 닮지 않은 경우도 없는 것은 아니다.설사 외모는 안닮았다 해도 성품이나 음성 등등에서 닮을 수도 있다.하다못해 「발까락이 닮엇다」(김동인의 단편 제목)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 것.친탁이든 외탁이든 또 전체가 닮았든 부분이 닮았든 닮게 되어 있는 것이 자녀이다.◆그런데 누가 봐도 부모를 닮은 구석이 없다 치자.우선 부모부터 썩 기분이 좋은건 아니다.특히 여성쪽은 입장이 난처해진다.병원에서 아기가 뒤바뀐일로 화제가 되고 있는 김모부인의 예가 그것.평소에 남편과 시댁 식구들로부터 『아이가 전혀 식구들과 닮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기분을 헤아릴만 하다.마치 「부정」을 추궁하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지 않았겠는가.◆학교에서 돌아온 아들 아닌 아들이 『내 피는 A형』이라 했다.자신이 B형이고 남편이 O형이어서 A형은 나올 수 없는 일.자신이 출산한 병원을 몇번 찾아 함께 출산한 배모부인의 아기와 자기 아기가 뒤바뀐 것을 확인하게 된다.아이들을 만난 양가 부모들은 첫눈에 아이가 바뀐 걸 알았다.핏줄의 부름이었을까.병원의 아차 실수가 빚어낸,웃을 수만은 없는 해프닝이다.◆제집을 찾은 양가의 진짜 아들들은 가짜 부모를 찾으면서 운다고 한다.낳은정 못잖은 기른정이 그것.하루아침에 부모가 바뀐 동심은 서러운 것이다.그렇다고 병원을 안찾을 수도 없고….
1991-07-2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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