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외언내언

입력 1991-05-07 00:00
수정 1991-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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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치사사건 이후 「백골단」이라는 호칭이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방송에도 나오고 신문에도 활자화한다. 인명을 파리목숨같이 알던 해적선의 깃발이 연상되면서 송연해지는 마음. 그렇건만 「태연하게」들 쓰고 있다. ◆더구나 이 호칭은 우리의 「경찰 일부」를 가리키며 쓰인다. 「사복전경」 「사복조」 혹은 「사복체포조」쯤의 호칭이어도 될 「경찰」을 가리키면서. 독이 오른 그들이 난폭하게 구니까 운동권 같은 데서 적의를 가지고 붙였을 법한 이름이다. 그 「별칭」을 방송에서 「소위 백골단」이라 표현하고,신문에서 괄호를 씌워 표기한다 해도 점잖진 못하다 싶어지는 터에 함부로 써대니 「경찰」이 「백골단」으로 되어간다. 경찰을 민심에서 이반시킨다. 용어의 과격화가 남기는 것은 심성의 황폐화인 것을…. ◆이들을 일반 경찰로 대체해나간다고 한다. 차제에 「전투경찰」이란 표현도 한 번 짚고 넘길 일이라 생각한다. 「전투경찰설치법」(1조)을 보면 『대간첩작전을 수행하고 치안업무를 보조하기 위하여』 설치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하지만 그 임무의 대부분이 「데모진압」으로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 「진짜 전투경찰」과는 구별돼야 한다. 데모에 「전투」 경찰로 대응한다는 것 자체가 「진압」 아닌 싸움을 전제하는 듯하잖은가. ◆호칭이란 것은 엄청난 함축성을 갖는다. 우리가 북녘의 정권을 이르면서 「북한」이라 하는 것과 「북괴」라 하는 것의 차이를 생각하면 알 수 있다. 88년 7월 우리 정부가 그때까지 사용하던 「중공」이란 표현 대신 「중국」이라고 호칭한 것은 두 나라 사이에 부는 훈풍에 연유함이었다.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에서 도시이름 등에 붙는 「레닌」 「마르크스」 따위 이름을 없애가고 있는 현상에서도 호칭의 어떠함을 알 수 있겠다. ◆『백골단이라 불렀으니까 백골단 짓을 했다』는 역의 논리도 성립될 수 있는 것. 바보 온달한테 시집보내고 말겠다면서 울음을 달래니까 평강공주는 온달을 남편감으로 생각했듯이. 역시 「진압경찰」이 「전투경찰」이어서도 안 된다.

1991-05-0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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