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공 의회 옐친 신임투표 안팎

러시아공 의회 옐친 신임투표 안팎

이기동 기자 기자
입력 1991-03-29 00:00
수정 1991-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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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비­옐친 「힘겨루기」 갈수록 가열/개혁파 아직 강세… 「중앙의 보수화」 반격/크렘린선 「합법」 내세워 정적제거 속셈

고르바초프와 옐친의 사활을 건 싸움이 본격적으로 벌어지면서 소련 정정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고프바초프 대통령은 26일 옐친의 축출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고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에서 다수를 차지하지만 그동안 개혁파에 눌려 목소리를 낮춰 오던 보수파들은 28일 최고회의 특별회의를 열어 옐친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통과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28일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는 모스크바시 일원의 시위를 금지시킨 고르바초프의 명령을 5백32대 2백86표라는 압도적 표차로 거부하는 한편 「군사적 압력」하에서는 회의를 할 수 없다며 옐친 지지시위가 있는 28일 다음날까지 회의를 연기키로 6백15대 3백54표로 결정,옐친에게 중대한 정치적 승리를 안겨주었다.

현재 소련에서는 고르바초프 권위에 맞설 수 있는 인물은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의장인 옐친뿐이다.

최근 소련에서 실시된 한 여론 조사는 그에 대한 지지도가 39%대 6%로 고르바초프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레닌,스탈린,흐루시초프 시대의 관행에 비추어 본다면 벌써 오래 전에 제거됐어야 할 사람이다. 공산당의 권위를 상징하는 당서기장과 국가 최고 권력자에 대한 도전은 용납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옐친은 3월17일 실시된 새 연방조약에 대한 국민투표를 앞두고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정면으로 그에게 도전장을 냈다. 그뿐 아니라 보수화쪽으로 방향을 바꾼 소련 지도부와도 「전면전」을 선언했다.

옐친이 장악하고 있는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내의 공산당 세력은 즉각 이에 반발,그에 대한 불신임 움직임에 나섰고 28일의 특별회의 소집도 이들의 요구로 열리게 된 것이다.

지난해 3월 소련 역사상 최초로 복수 후보의 자유경선에 의해 구성된 러시아공화국 의회는 엘친을 지지하는 개혁파들이 대거 진출,그동안 토지 자유화,러시아공화국 주권선언 등 많은 개혁조치를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크렘린은 선거법을 통해 여전히 각 공화국 의회에서 공산당 등 보수파 대의원이 과반수가 되도록만들어 놓았다. 실제로 경선에 의해 선출된 대의원수는 3분의1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당·노조·작가동맹 등 각종 기관 추천 몫으로 해 보수세력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 보수 세력들이 최근 크렘린의 보수우경화 추세에 따라 다시 세를 모아 반격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엘친을 필두로 하는 개혁파들은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를 좌우할 수 있음을 28일 회의는 보여 주었다.

아직도 엘친의 불신임안이 부결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의 제거가 실패로 돌아갔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매우 어럽게 된 것만은 틀림없다.

4월15일까지 모스크바 시내에는 집회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모스크바 외곽군 기지에는 20여대의 장갑차가 대기하고 있는 붉은광장은 봉쇄됐으며 군인들이 삼엄한 경계망을 펴고 있다.

크렘린이 바라는 최선의 길은 의회를 통해 합법적으로 그를 퇴진시키는 일일 것이다. 옐친은 지난 87년에도 당 지도부를 공개 비난했다가 정치국에서는 밀려난 적이 있다.

그런데 러시아공화국은 지난 번 국민투표 때 독자적으로 대통령제를 채택키로 결정했고 선거가실시되면 옐친이 공화국 대통령으로 선출될 가능성은 아주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에 고르바초프와 옐친의 싸움은 개혁의 방향과 완급을 둘러싼 노선 싸움에서 서로 상대방의 목을 죄는 단계로 들어섰다.

물론 옐친이 제거된다면 개혁파들은 더욱 무력화될 것이기 때문에 러시아공화국내의 개혁일정은 순조롭게 이행되기는 힘들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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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크렘림이 또 다시 「정적제거」라는 과거의 관행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점일 것이다.<이기동기자>
1991-03-2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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