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중요한 공덕률(사설)

작지만 중요한 공덕률(사설)

입력 1991-02-21 00:00
수정 1991-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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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구역인 지하철 구내에서 담배를 피우던 사람 20명에게 경범처벌법이 적용되었다. 19일 부산에서 있었던 일이다. 지하철 금연장소에서 흡연한 죄로 벌칙금 통고처분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담배 정도의 범칙행위에 범칙금통보를 정식으로 적용하는 것은 좀 과한 일이 아닌가 하는 이의를 말할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그보다 크고 엄청난 탈법과 무질서가 사회에 넘치는 중인데 송사리도 못되는 범법을 일시에 몰아붙여 범칙금을 때렸다는 것은 법적용의 형평성을 잃은 처사라는 지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차근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작지만 중요한 공덕심을 너무 잃고 살아왔다는 자성을 하게 된다. 작은 것이건 큰 것이건 잘못은 잘못이다. 작은 범칙을 우습게 여기는 습성이 큰 범칙도 하게 된다.

금연표식가 분명하게 붙어있는 곳에서 버젓이 담배를 꼬나물고 그것을 나무라는 사람을 오히려 눈부릅뜨고 협박하듯 하는 일이 너무도 허다하다. 버스안이나 전동차속 같은,이웃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협소한 공간 안에서도 난폭하고 거친 몸짓으로 끽연을 하는 이런 범칙은 단속되어야 마땅하다.

무슨 일이든 큼직하고 표나는 일에서만 담판을 지으려 하고 작고 조용한 것은 대충 넘기는 풍조가 우리에게는 있다. 그 때문에 사회가 정밀하지 못하고 뒷마무리가 엉성한 흠을 키워온 셈이기도 하다.

지난 설날연휴 4일 동안에는 1천8백83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는데 이중 1백27명이 사망하고 부상자도 2천4백90명이나 생겼다. 사고 건수에 비해 엄청난 비율의 사상자를 낸 것이다. 이중의 대부분이 운전자들이 교통질서를 지키지 않았거나 음주운전 따위 부주위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끽연처럼 음주습관에 있어서도 대단히 범칙이 심하고 질서를 무시하는 것이 우리 사회다. 산소통·시너통이 나뒹구는 좁은 작업장 안에서 난로를 피워놓고 술을 마시고 화투놀이를 하다가 불이 나서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몽땅 소사한 사고도 있었다. 화약을 지고 불섶에 뛰어드는 무모함을 마치도 「용감함」처럼 저지르는,이런 기질들 모두가 「작은 공덕률」을 우습게 여기는 행태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범칙체질을 경계하고 바로잡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범칙에 대한 확실한 경고가 지속적으로 주어져야 한다. 공원같은 곳에 잔디를 못밟게 하고 휴지를 버리지 않게 하기 위해 「범칙금」 푯말을 붙여놓는 나라도 많다. 부당하도록 비싼 범칙금을 물리는 나라도 있다. 그것으로 국고를 늘리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다. 잘못한 것에는 반드시 벌칙이 주어진다는 것을 인식하는 일은 행위동기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다만 우리의 경우 이런 단속이 늘 즉흥적이고 일시적이어서 문제다. 그래서 눈속임을 잘 하거나 단속기간만 잘 모면하면 얼마든지 늠름하게 범법을 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왔다. 이렇게 되면 법질서의 권위도 없어지고 설득력도 없어진다. 질서의식이 체질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단속을 하는 일이 중요하다. 작지만 중요한 공덕심만 충분히 뿌리 내린다면 사회를 진동시키는 부정부패도 어느 정도 예방될 수 있을 것이다.
1991-02-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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