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초상권 차별대우/손성진 사회부기자(오늘의 눈)

검찰의 초상권 차별대우/손성진 사회부기자(오늘의 눈)

손성진 기자 기자
입력 1991-02-14 00:00
수정 1991-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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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소문동에 자리잡은 15층짜리 대검찰청 1층 로비에는 요즘 각 언론사에서 나온 20여명의 사진기자들로 연일 북적거리고 있다.

수서지구 택지 특별분양 사건의 수사가 본격화 되면서 세인의 관심을 끌만한 중요인물들이 하루에도 몇명씩 조사를 받으러 불려들어오는 것을 취재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요즈음 검찰은 이 사건의 사진취재가 꽤나 못마땅하다는 표정이다.

소환자들의 사진을 찍어 신문에 싣는 것은 당사자의 「초상권」을 침해한다는 주장까지 서슴지 않으며 힘으로 취재를 제지하기 일쑤다.

그같은 이유로 검찰은 12일 박세직 서울시장과 김대영 건설부차관 등 고위공무원 4명을 취재진의 눈을 피해 대검이 아닌 다른 곳으로 데려다 조사를 했다.

「초상권」이란 물론 피의자나 참고인의 신분과 명예에 관계되는 중요한 인권의 하나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검찰이 이번 일에 「초상권」 운운하는 주장을 내세우는 것은 지금까지의 검찰 관행에 비춰볼 때 사뭇 억지논리로 여겨진다.

수사에 성역이 없듯이 「초상권」에도 차별이 있어서는 안되고 같은 소환자라면 특정인 만을 「보호」해서는 안된다.

성과를 올린 기획수사의 홍보를 위해서는 10여명의 피의자를 한꺼번에 모아놓고 사진을 찍도록 협조해 온 검찰이고 보면 박시장 등을 빼돌린 것은 분명 균형이 맞지 않는 처사이다.

검찰은 박시장 등이 피의자가 아닌 단순한 참고인일 뿐이라고 강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초상권은 피의자든 참고인이든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인 것이다.

또한 같은달 소환된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이나 참고인으로 나온 주택조합 관계자 또는 서울시와 건설부의 국장급·과장급 공무원들에게는 초상권이 없다고 보아 사진취재를 허용했단 말인가.

더 나아가 초상권은 검찰이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이 스스로 지켜주는 것임에 주목해야 한다.

아무리 사진기자가 누구의 사진을 찍었더라도 그것이 보도되지 않는 한 초상권의 침해라 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누구의 사진을 보도하느냐,마느냐는 언론이 공익차원에서 판단하는 것이지 검찰이 감놔라 배놔라 할 성질이 아님 또한 분명하다.

한마디 더 한다면 검찰이 초상권의 보호를 그처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피의자를 연행할 때나 수사하는 과정에서 다른 인권은 얼마나 염두에 두고 있는지 묻고 싶은 것이다.

검찰이든 누구든 언론의 책임을 묻되 취재를 방해하지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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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의 자유는 보도의 자유에 못지 않은 중요한 언론자유이기 때문이다.
1991-02-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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