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증없어 진범 단정하기엔 “찜찜”/「화성용의자」 경찰발표의 언저리

물증없어 진범 단정하기엔 “찜찜”/「화성용의자」 경찰발표의 언저리

김동준 기자 기자
입력 1990-12-21 00:00
수정 1990-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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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 틀리고 유류품서 혈흔도 못찾아/공소 유지하려면 「확실한 물증」 내놔야

경찰이 화성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의 9번째 희생자인 김모양(13·A중 1년) 살해범으로 단정하고 있는 윤모군(19·E악기 공원)은 과연 진범인가.

「공포의 마을」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있는 화성지역 주민들은 이번의 경찰발표가 「사건해결의 실마리」가 되기를 잔뜩 기대하면서도 확실한 물적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석연찮은 표정들이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수사본부는 20일 윤군으로부터 범행전체를 자백받고 이를 토대로 증거보강 수사에 나섰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그동안 태안읍 일대의 추행 및 성폭행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탐문수사를 벌이다 정모씨(21·여)가 김양이 살해되기 6일전인 지난달 9일 하오6시50분쯤 현장부근인 원바리고개에서 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용의자로 윤군을 연행,수사를 벌이던중 『절대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김양 살해사실을 자백받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윤군은 지난 87년 4월부터 지난 11월초순까지 김양이 살해된 원바리고개에서만 7차례에 걸쳐 여자를 추행하는 등 모두 12차례 강간·추행을 범했다고 자백했다는 것.

이에따라 경찰은 이같은 윤군의 임의자백외에 혈액형이 B형인 점과 범인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범행방법에 대한 자세한 진술,현장과 불과 1㎞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살면서 비슷한 수법으로 여자추행을 일삼아왔으며 범행현장 약도를 정확하게 그려냈다는 점 등을 들어 진범이 틀림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경찰은 이같은 근거와 함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낸 윤군 체모에 대한 정밀감식 결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윤군의 자백만을 토대로 한 경찰의 「확신」은 물적증거가 보강되기 전까지는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즉 ▲김양을 살해한 범인이 유일하게 도시락뚜껑에 남긴 지문과 윤군의 지문은 전혀 일치하지 않고 ▲윤군은 장갑을 끼지않고 범행했다고 밝혔으나 김양의 책가방과 노트 등 유류품에서 윤군 지문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으며 ▲윤군이 김양의 가슴을 그을때 사용했다는 김양의 연필깎이용 칼에서 혈흔이 검출되지 않은 점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한 윤군의 옷가지·신발 등에서도 뚜렷한 혈흔을 발견치 못한 점 등이 경찰의 「확신」에 의문을 제기하는 요소들이다.

이에따라 김양 사건 발생초기부터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고 이미 구속된 윤군의 추가기소와 공소유지를 담당할 수원지검도 19일 윤군의 추가기소 여부를 검토한 결과 임의자백외에 확실한 물증이 없이는 공소유지가 어렵다고 판단,경찰에 보강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경찰이 지난 87년 5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3·4·5번째 피해자인 권모(24),이모(21),박모씨(29)의 살해범으로 홍모씨(46·화성군 태안읍)를 연행,7일간 구금상태에서 조사를 벌인뒤 손톱깎이 칼을 증거로 채택,구속영장을 3차례나 신청했다가 「자백의 신빙성 여부와 물적증거 불충분」 등으로 법원으로부터 기각당한 예가 있듯이 「자백」만으로는 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경찰이 윤군의 신병을 공개하지 않고 유치장소를 옮겨다니며 사건취재 기자들과의 접촉을 기피하고 있는 점도 과연 임의자백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높게하고 있다.

이처럼 증거보강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경찰이 얼마만큼 물증을 찾아낼 것인가와 검찰이 과연 윤군에 대해 살인혐의를 추가시켜 기소시킬 것인가가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화성=김동준·오승호기자>
1990-12-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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