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도있는 예산심의를 바란다/정치적 쟁점과 연계시키지 말길(사설)

밀도있는 예산심의를 바란다/정치적 쟁점과 연계시키지 말길(사설)

입력 1990-12-10 00:00
수정 1990-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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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예산심의가 법정시한(12월2일)을 넘겼는데도 겨우 예비심사를 끝낸 상태에 있다. 정기국회 회기말을 8일 앞둔 10일에야 본격심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 시간적으로 매우 촉박한 상황에 있다. 게다가 정치적 쟁점인 지자제문제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려 있어 올해도 예년과 다름없이 예산심의가 졸속처리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그래서 여야는 국회의 예산심의와 관련하여 몇 가지 점에 각별히 유의했으면 한다. 첫째로 예산안 심의라는 정기국회의 최대의제를 정치적 쟁점과 더 이상 연계시키지 말아야 한다. 가뜩이나 시한이 촉박한 데 지자제문제로 국회가 공전을 거듭한다면 예산안의 연내 통과가 어렵게 된다. 올해 안에 새해 살림예산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국민의 대국회불신이 한층 더 팽배해질 것이다.

둘째는 정부예산안의 팽창성을 시정하는 데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내년도 일반회계 예산규모는 올해 본예산보다 19.8%나 늘었고 지방양여세를 포함하면 무려 28.6%가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이 이처럼 대폭 증가할수밖에 없는 이유로 도로·지하철 등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투자와 농어촌 지원,그리고 과학 및 산업기술개발을 들고 있으나 실제 편성내용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예산의 증가가 경직성 경비의 증가로 이어져 중점 투자되어야 할 부문에 많은 예산이 할애되지 못하고 있다. 경직성 경비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데도 뚜렷한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생산적인 분야에 대한 세출확대가 어려운 실정이다. 경직성 경비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삭감하느냐가 밀도 있는 예산심의의 관건이라 하겠다. 특히 올해 예산안은 내년도에 있을 지자제에 대비하여 과거선거 때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정치성 세출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가 심의과정에서 또다시 지역구에 대한 선심공세적 세출 증액경쟁을 벌인다면 예산의 팽창성 시정은 더욱더 어렵게 될 것이다. 야당은 총론적으로 예산안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하면서 각론적으로는 증액을 하는 자기모순을 이번 국회에서는 재현하지 않기 바란다. 국회는 불요불급한 예산항목의 삭감과 경직성 경비의 축소를 통하여 실질적으로 세출예산 규모를 줄여야 할 것이다.

셋째로 예산안 심의기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예산안을 졸속처리해서는 안 된다. 정기국회의 폐회기간까지는 불과 8일을 남겨놓고 있다. 예산심의가 졸속으로 흐르지 않으려면 예결위 심의과정에서 의원들이 지역구와 관련된 선심성발언 또는 인기발언으로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앞서 지적한 대로 예산심의와 정치문제가 연계되어서는 곤란하다. 국회가 아무리 밀도 있는 심의를 한다고 해도 8일 동안으로는 모자랄 것이기 때문이다.

예산안의 전문성과 복잡성을 감안하여 국회 전문위원들의 검토보고서를 중심으로 압축심의를 하는 것이 효과적인 심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지난해 예산심의 때 전문위원들이 지적한 예산안의 과대팽창과 그에 따른 물가불안,재원의 비효율적인 배분과 적자재정초래 요인의 내재,그리고 국고채무부담행위의 남발 등 문제가 올해 예산안에도 그대로 담겨있다.

넷째로 과거의 패턴대로 세출예산의 삭감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국민부담과 직결되는 세입내역을 면밀히 검증하기를 촉구한다. 해마다 세입예산의 상당부문에 전년도 세계잉여금이 포함되어 있다. 87년도에 세계잉여금이 1조원대를 넘어선 데 이어 최근에는 그 규모가 3조원대에 이르고 있다. 세계잉여금이 이처럼 막대한 규모에 이르고 있다는 것은 국회가 세입예산심의를 소홀히 했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예산이 과부족하거나 과징수되는 것 모두가 조세법률주의에 배치되는 일이고 그 책임은 국회에 있다고 하겠다. 정부는 경기변동이 심하여 세입추계를 정확히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것을 그대로 믿는 시민은 없다. 추경예산 편성의 재원확보를 위하여 세계잉여금 발생을 관례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바람직스럽지 못한 관례를 이번 국회에서 시정했으면 한다.

다음으로 소득재분배의 관점에서 볼 때 총 세수에서 간접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은 바람직스럽지가 않다. 이러한 세제구조를 개선하는 데 국회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간접세의 비중이 65% 선에 이르는 현실 속에서 조세가 소득재분배 기능을 발휘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따라서 이번 세법심의에서 이 점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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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예산안의 밀도있는 심의를 위해서는 국회예결위를 상설화하고 미국의회와 같이 입법부 독자적인 예산조사기구를 신설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기를 제의한다.
1990-12-1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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