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타개 노려 궤도수정/쿠바의 대미 유화제스처

경제난 타개 노려 궤도수정/쿠바의 대미 유화제스처

곽태헌 기자 기자
입력 1990-11-14 00:00
수정 1990-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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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서 원유ㆍ곡물지원 사실상 중단/동구의 경화결제 요구로 외환보유고 바닥

중남미 사회주의의 「보루」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쿠바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손짓을 보내고 있다.

아키히토(명인) 일왕의 즉위식에 참석한 카를로스 라파엘 로드리게스 쿠바 부통령은 지난 11일 나카야마 일본 외무장관과의 회동을 통해 『쿠바는 미국과의 관계진전을 희망하고 있으며 일본이 이를 위해 중계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앞서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지난달 26일 미국과의 관계개선 희망을 피력했었다.

강경한 사회주의국가인 쿠바가 전형적인 자본주의 국가이며 적대적인 미국에 최근 구애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쿠바의 사정이 절박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지난 59년 바티스타 우익정권을 전복시키고 30여년간 집권해 왔으며 쿠바는 그동안 미국에 대항하는 사회주의의 전진기지로 사회주의 국가 및 제3세계의 신뢰를 받아 왔다.

이런 사회주의 우등생이 미국에 유화적인 몸짓을보이고 있는 것은 최대의 후원국인 소련이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이후 생각이 바뀐데다 우방들이었던 동구에서조차 민주화혁명이 휩쓸면서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

카스트로가 이처럼 시대의 흐름과는 달리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쿠바의 독특한 사정 및 사회주의에 대한 나름대로의 「성공」 때문이었다.

쿠바는 동구각국이 제2차대전 결과 소련에 의해 위성국으로 전락한 것과는 달리 지난 59년 카스트로등이 주도한 혁명의 결과로 이루어졌다.

「사회주의가 아니면 죽음을 택하겠다」는 카스트로는 집권후 미국에 종속된 식민지적 경제구조를 개편했으며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등 어느정도의 성공으로 제3세계의 유력한 지도자로 성장하기도 했다.

실제 쿠바는 95%의 문자해득률과 1천명당 11명의 유아사망률,평균수명 75세,가정의제도 도입 등 상당한 수준의 교육ㆍ보건의료체제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쿠바의 경제사정은 소련이 자국의경제사정 악화를 이유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경제원조를 줄이기 시작하자 어려워지고 있다.

쿠바의 대외교역량중 70%,20%를 각각 차지하는 소련 및 동구가 올 7월 교역방식을 현재의 구상무역에서 경화로 결제할 것을 요구함에 따라 70억달러의 채무에 비해 1억달러의 외환보유고에 불과한 쿠바에게는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쿠바는 소련으로부터 연 1천3백만t의 원유를 헐값에 구입,이중 일부를 로테르담의 현물시장에서 되팔아 연 수억달러의 경화를 얻어왔으나 지난해부터 소련이 원유공급을 삭감하자 심한 타격을 받고 있다.

또한 소련은 올해부터는 쿠바에 대한 곡물제공을 사실상 중단시켜 쿠바는 올초 빵 배급량을 줄이는 한편 빵ㆍ달걀 등의 값을 인상하기도 했다.

쿠바의 국영식료품점에서 양파ㆍ당근ㆍ야채 등을 구경하는 것이 힘들 정도가 되었다.

쿠바는 설탕 커피 해산물 등 1차 상품의 수출증대와 함께 관광산업을 육성시켜 외환부족을 메우려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쿠바가 경제위기 해소를 위해 지난 61년 미국의 대 쿠바 경제봉쇄 및 쿠바의 미국계 기업 국유화조치로 단교상태에 있는 미국에 관계개선의 신호를 보내는 것을 불가피한 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도 소련과의 관계개선으로 사회주의국가로서 쿠바의 중요성이 줄어든 만큼 쿠바와의 관계가 진전될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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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동서 데탕트와 동구의 민주화로 설 땅이 좁아진 카스트로가 경제난국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정권의 기반이 무너질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곽태헌기자>
1990-11-1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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