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운동의 정치세력화 “실험”/민중당 출범의 의미와 전망

민중운동의 정치세력화 “실험”/민중당 출범의 의미와 전망

구본영 기자 기자
입력 1990-11-11 00:00
수정 1990-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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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ㆍ농민 중심의 진보성 표방/재야세력 규합,의석확보가 관건

10일 「민중주체의 민주주의」라는 기치를 내건 진보적 성격의 민중당이 공식 출범함으로써 향후 정국의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민중당의 창당은 특히 과거 조봉암씨의 진보당 이래 통사당 등 여러 이름으로 명멸했던 진보정당들이 이른바 「민중세력」이라는 하부구조없이 소수의 선도자들에 의해 주도했던 것과는 달리 4ㆍ19 이래 축적되기 시작해 80년대 이후 확산된 민중운동권세력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데 일단 주목을 끌만하다.

현재 창당을 마친 51개 지구당 위원장의 면면을 보더라도 노동분야에서 김문수씨 등 18명,농민분야에서 장영근 전 전농협 회장 등 15명,이우재ㆍ장기표ㆍ이재오ㆍ정태윤씨 등 재야운동세력 18명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점을 들어 민중당측은 「민중주체의 정당」이라는 관점으로 민자ㆍ평민당 등 기존 정당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또 「민중주체」가 정치적 관점에서만 적용되는게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도 적용된다는 점에서도 기존 야당들에 비해 상대적인 「진보성」을 내세우고 있다.

이같은 진보적인 성격은 정강정책속에 규정된 ▲독점재벌 해체ㆍ중소기업 보호육성 ▲계획적 시장경제 ▲사기업의 노동자 경영참여 확대 등에서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같은 진보적 성격의 정당이 뿌리를 내리기에는 「분단」이라는 한국적 특수상황 뿐만 아니라 동서유럽에서 사회민주주의 세력이 퇴조하고 있는 국제적환경 등을 감안한다면 그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이 민중당이 총선이나 지자제선거에서 어느 정도의 의석을 확보,제도정치권내에서의 입지를 마련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민중당측은 기존 정당들이 선거를 통한 「권력배분」에만 관심을 기울이는데 비해 민중당으로서는 의회활동 뿐만아니라 「민중의 조직화」라는 일상적인 정당활동을 통해 사회 변혁을 도모한다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다. 말하자면 정당활동을 사회운동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사에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정당들이 모두물거품처럼 사라졌다는 현상을 감안한다면 민중당의 성패도 여하히 「대중성」을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

이같은 대중성확보에 장애가 되는 요인으로는 ▲분단상황속에서 굳어진 국민들의 「혁신 알레르기」 ▲서구사회에서의 사회민주주의 실험의 실패 같은 요인 이외에도 「진보이념」보다 「지역감정」이 우선시되는 우리의 특수상황을 지적할 수 있을 것 같다. 영광ㆍ함평 보선에서 민중당이 민 노금노 후보가 저조한 득표율로 참패한 사실이 이를 극명하게 설명해 준다.

민중당이 처한 또다른 문제는 과연 재야세력을 어느 정도 결집해 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창당과정에서 이부영ㆍ장기표ㆍ김근태씨 등 재야의 40대 뉴리더 3인중 김근태씨는 「시기상조론」을 이유로 전민련에 잔류했고 이부영씨는 야권통합이 우선돼야 한다며 통추회의로 떨어져 나간 사실이 그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물론 민중당측은 「시기상조론」에 대해서는 『민주화운동을 합법정치 영역에까지 확대시키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논리로,범야 통합우선론에 대해서는 『보수의 기존 야당과의 통합을 통해서는 「진보성」을 담보할 수 없고 야권 3자통합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진보정당 창당이 재야가 지향해야할 올바른 「선택」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지자제 등 완전한 민주화가 이뤄질 때까지는 진보세력이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관점에서 민중당 창당은 재야운동권의 분열에 불과하다』는 여타 재야세력 및 기존 야당내 재야출신의 비난에 직면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는 현실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치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 하는 것도 민중당의 과제이다.

민중당은 서구의 진보정당처럼 당원의 수입에 비례해 당비를 모금하는 이른바 「민중재정의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그러나 당장 이번 전당대회 준비 등 창당과정에서 소요된 1억원의 당비를 마련하는 데도 적잖은 홍역을 치렀다는 후문이고 보면 그 성패는 미지수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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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지적들에도 불구하고 민중당은 기존 야당에의 편입을 거부하는 재야세력이 주축이 됐다는 점에서 적으나마 「상당기간」 정국의 「독립변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기표 정책위원장 등 핵심인사들이 현재는 범야 연대차원에서 「민주ㆍ반민주 구도」가 불가피 하다고 인정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내각책임제하의 「보혁구도」를 바람직하게 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구본영 기자>
1990-11-1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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