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곡가 결정의 합리적 접근(사설)

추곡가 결정의 합리적 접근(사설)

입력 1990-10-19 00:00
수정 1990-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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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기를 맞아 올해도 예년과 다름이 없이 추곡수매가격과 수매량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해 있다. 정부 부처내에서도 경제기획원과 농림수산부의 견해가 다르고 생산자 단체인 농협과 재야농민단체의 의견이 제각각이어서 올해 추곡수매가 결정이 그 어느 해보다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기획원은 5% 인상에 5백만∼6백만섬을 수매할 방침을 굳힌 지 오래이고 농림수산부는 9% 인상에 9백만∼9백50만섬을 수매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농협중앙회는 지난 17일 임시대의원회를 열고 추곡수매가를 일반벼 기준으로 17.7% 인상하고 통일벼는 일반벼와 적정수준의 차이를 두고 인상하되 농가출하희망량 전량을 수매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재야농민단체들은 30%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대체로 정부측은 한자리수내 수매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데 반해 농민들은 두자리 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리수의 시각차는 한자리 수가 생산비에 역점을 둔 경제논리에 입각하고 있고 두자리 수는 소득보상에 보다비중을 두는 정치논리를 강조하고 있는 데서 출발하고 있는 것 같다.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한자리수 추곡가 인상은 물가안정에,두자리 수 인상요구는 농민의 소득향상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상반된 시각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현재의 주된 관심사로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매년 되풀이되는 추곡가 결정 공방을 보면서 언제까지 이런 사태가 계속되어야 하는가에 대하여 강한 반문을 제기하고 싶다.

지금까지 추곡가 결정이 난항을 거듭해 온 것은 가격결정 모델이 정착화되지 못한 데 있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그때그때 정치적 상황 또는 농민 요구에 의하거나 물가정책당국의 경제상황논리에 의하여 가격이 결정되어 온 것이 우리의 경험이다. 추곡가도 엄연히 가격인데 상품이라는 사실이 간과되어 온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공방전에서 헤어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추곡가 산정모델을 정형화해야 한다. 먼저 쌀의 한계생산비를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한계생산비 산출에 이견이 있다면그것을 좁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다.

추곡생산원가를 가능한 한 정확히 가려낸 뒤 거기에다 농촌실정을 감안한 소득보상분을 합산하여 추곡수매가를 결정하는 정형을 정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소득보상분의 결정에 추가로 요구되는 것은 당해 연도나 그 다음해의 국민경제 흐름 및 전망이다. 인플레가 심하게 진행되고 있는 때에 소득보상분을 높게 책정하면 그 만큼 물가인상 압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농가소득 보장을 가격지지에 의하여 할 것인가,그렇지 않고 농업구조 개선을 통하여 할 것인가에 대해 깊은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올해 추곡수매가 결정부터라도 정형화된 모델에 입각한 가격결정이 존중되어야 한다. 그리고 현재 현재화되고 있는 인플레와 경기침체를 함께 걱정하면서 추곡가를 생각하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
1990-10-1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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