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가입」 발목잡기 속셈/북의 적십자 실무접촉 새달 제의의 저변

「유엔가입」 발목잡기 속셈/북의 적십자 실무접촉 새달 제의의 저변

박정현 기자 기자
입력 1990-10-17 00:00
수정 1990-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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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합의 40일 만에 “한달 뒤 열자” 통보/이산가족 상봉도 시간끌어 무산 겨냥

북한은 지난 9월초 제1차 서울총리회담에서 남북적십자회담 재개를 약속한 지 40여일 만인 16일 제2차 고향방문단과 예술공연단 교환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적십자회담 실무대표접촉을 오는 11월15일 갖자고 제의해왔다.

북한측의 이날 갑작스런 제의는 17,18일 두차례에 걸친 공개 및 비공개회담을 비롯한 제2차 평양총리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기본입장과 자세를 예견해볼 수 있다. 북한은 이날 상오 10시10분쯤 전화통지문을 통해 남북적십자회담 실무대표접촉을 제의한 것은 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이날 상오 9시 판문점을 통과한 강영훈 국무총리를 비롯한 우리측 대표단의 회담대책전략을 교란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측 대표단은 지난 1차 서울회담에서 유엔 가입문제 협의와 적십자회담 재개에 합의했으나 북측이 적십자회담 재개부문에 대한 합의사항을 준수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2차회담에서 북측을 추궁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남북대화사무국에 설치된 지원통제단(단장 송한호 통일원 차관)은 우리측 대표단이 평양에 도착하는 즉시 북측의 이같은 제의사실을 알렸으나 평양 현지에서는 도청의 위험 등으로 인해 대표단의 자체대책회의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는 게 정부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북한의 이날 제의는 유엔 가입문제와 적십자회담 재개는 1차 서울회담 합의사항이라는 점을 들어 우리측의 11월중 유엔 가입을 저지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우리측은 1차회담 이후 2차례의 유엔 가입문제 협의를 위한 실무대표접촉을 갖고 북측의 단일의석 가입안에 대한 설명을 들었으나 진전이 없을 뿐 아니라 이번 2차회담에서도 진전이 없을 경우 곧바로 유엔에 가입할 방침임을 수차례 시사해왔다. 더욱이 오는 11월은 우리의 핵심우방인 미국이 안보리 의장국이 되는만큼 우리의 유엔 가입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우리의 유엔 가입저지의 필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은 2차회담에서 11월15일 적십자회담 실무대표접촉을 갖자고 제의한 것은 그동안 적십자회담 지연에 대한 우리측의 추궁을 피하고 유엔 가입문제도 실무대표접촉 과정을 지켜보면서 계속해나가자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나아가 60세 이상 이산가족의 자유왕래를 비롯한 인적 교류문제도 실무대표접촉과 연계,더이상 거론하지 말자는 소극적인 자세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적십자 본회담도 아닌 실무대표접촉을 한달 후에 갖자고 제의한 것은 남북대화 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일』로서 기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 정부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북한측이 이같이 실무대표접촉을 한달 후에 갖자고 제의한 것은 적십자회담 재개를 전혀 원치 않는 속마음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북한은 11월15일 1차 실무대표접촉을 갖게 되면 두어차례 접촉을 더 가진 뒤 내년초에는 팀스피리트훈련을 트집삼아 적십자회담 재개를 무산시킬 속셈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이날 전통문에서 지난해말 7차 실무대표접촉에서 「꽃파는 처녀」 「피바다」 등 혁명가극 공연문제로 인해 2차 고향방문단 및 에술공연단 교환이 무산된 점을 강조,앞으로 실무대표접촉 과정에서도 혁명가극공연을 고집해올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당국은 이산가족의 고향방문을 반드시 실현시킨다는 판단 아래 북한측의 혁명가극공연 고집도 수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결국 북한은 최근의 남북통일축구대회ㆍ범민족통일음악회 등 일련의 대남 유화제스처에도 불구,대규모의 인적 왕래는 여전히 원치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남북총리회담에 임하는 가장 큰 목적도 지난 1차 서울회담 때와 같이 우리의 유엔 가입저지에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박정현 기자>
1990-10-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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