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심 할머니는 사람을 잘못 짚은 것인가. 임할머니는 이번 총리회담 북측 대표단의 수행원 자격으로 온 림춘길씨를 『암죽 끓여 먹이며 업어키우다시피한 내 막내동생이 틀림없다』고 했다. 그런데 당자는 『아니다』고 했다. ◆43년동안 고향과 가족들을 생각해 왔을 임할머니,그랬기에 이름은 말할 것 없고 나이와 얼굴 모습까지 비슷한 북의 손님을 자기 동생으로 「지레짐작」 했을 수 있다. 하지만 당자가 아니라 하니 아니라고 생각해야 할 밖에. 이 일을 두고 림춘길 총리책임보좌관은 『회담 분위기를 해치려는 저의가 있는 것 같다』면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순수한 핏줄찾기 호소를 가지고 불쾌감을 나타낸다거나 회담 분위기 운운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비약같기만 하다. 아니면 그것으로 그만인 것을…. 총리회담이나 한 걸음 더 나아간 정상회담이 추구하는 통일이라는 과제가 무엇인가. 실향의 설움을 씻고 한 핏줄의 정의로써 오순도순 살아가자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림보좌관은 오히려 임할머니를 한번 만나서 「동생아님」을확인시키는 것도 방법이 아닐는지. 또 그 자리에서 북에 가면 「진짜 동생」을 찾아주겠노라고 약속할 법도 하고. ◆『북에 계신 부모형제를 찾습니다』 북측 대표단이 인터콘티넨탈호텔에 도착하는 순간 한 부인이 피켓처럼 쳐들고 있던 종이글씨이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름을 써 넣은. <여러분 가운데 혹시 이런 사람을 아시는 분 계시나요. 그렇다면 나에게 말 한마디라도 해 주시지요> 하는 심경이 서린 눈물어린 글씨. 그것이 실향민의 마음이다. 림보좌관도 그런 마음 중의 하나인 임할머니의 「지레짐작」이었다고 이해했으면 한다. ◆「동생」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꿈이 무너진 임할머니의 가슴에는 슬픔과 한의 켜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이리라. 『나를 가장 많이 닮은 역3각형 얼굴』의 그 동생. 이런 슬픔과 한들을 풀어주기 위해서 이번 회담은 기필코 초석을 깔아야 한다. 그 열망들을 회담 대표들은 깊이 의식해야 한다.
1990-09-0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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