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외언내언

입력 1990-09-02 00:00
수정 1990-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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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무는 제나라 태생의 병법가. 오나라 왕 합려를 만난다. 합려가 그의 병법 13편을 다 보았다면서 군대 정돈하는 것을 한번 시험해 보여주라고 한다. 『여자들을 데리고도 보여줄 수 있겠는가?』 『그러지요』. ◆궁중의 여자들을 모으니 1백80명. 손자는 그를 두 대로 나눈 다음 임금이 사랑하는 궁녀 두 사람으로 각기 대장을 삼았다. 손자가 영을 내린다. 『내가 앞! 하면 가슴을 보고 왼편하면 왼손을 보며 오른편 하면 오른손을 보고 뒤! 하면 등을 본다. 알았는가?』 『알았습니다』. 여러번 설명을 한 다음 북을 치며 『오른편!』 했다. 까르르르. 여자들은 모두 웃었다. ◆『약속이 명백하지 못하고 명령에 익숙하도록 거듭하지 않은 것은 장수의 죄다』. 그러고서 손자는 다시 되풀이 설명했다. 그런 다음 이번에는 『왼편!』했다. 나온 반응은 까르르르. 『이미 약속을 명백하게 알면서 영에 따르지 않은 것은 사병의 죄다』. 손자는 좌우 두 대장을 베어 죽이려 했다. 임금이 황급히 뛰어내려와 이를 말린다. 『장은 군중에 있을 때 임금의 명령을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고서 참한다. 「사기」의 손자ㆍ오기열전에 나오는 얘기다. ◆그 다음 상황은 불문가지. 영이 똑바로 선다. 여기서 우리는 두가지 사실을 본다. 정해진 명령에 익숙해지도록 거듭 알린다는 것이 그 하나. 그것이 지켜지게 하기 위하여서는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것이 그 둘이다. 무슨 일이든 정하기는 어렵게 하되 그 시행은 서릿발 같아야 함을 가르치는 고사. 쉽게 정하고서 여자들이 웃는다 하여 영을 거둔다면 신(기강ㆍ권위)은 무너진다. 『백성에게 신이 없으면 사회가 존립 못한다』(민무신불립)고 공자도 말하지 않았던가. ◆한데 우리 사회에는 쉽게 정하고 쉽게 거두어버리는 일이 적지 않다. 그러다보니 더러는 어렵게 정한 일까지 번복시키는 사례도 생겨나고. 공휴일 축소안 후퇴의 경우는 그 어느쪽일까. 어쨌든 신에 금이 가게 한 것만은 사실이다.

1990-09-0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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