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GNP 「9.7% 성장」의 의미

2분기 GNP 「9.7% 성장」의 의미

권혁찬 기자 기자
입력 1990-08-23 00:00
수정 1990-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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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ㆍ제조업 활기… 「불황의 늪」 일단 탈출/설비투자 늘어 이상성장 우려 씻어/유가불안ㆍ과소비가 경기회복의 변수

우리경제가 1ㆍ4분기에 이어 2ㆍ4분기에도 「고성장」을 기록함으로써 불황의 늪에서는 일단 탈출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ㆍ4분기에 10.1%라는 예상외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을 때만 해도 건설경기의 과열과 소비증대가 가져온 내수일변도의 불안한 성장이라는 지적이 우세했고 언제 가라앉을지 모르는,기반이 허약한 성장으로 비유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2ㆍ4분기 경제성장이 1ㆍ4분기 성장치에는 못미치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제조업의 성장이 어느정도 뒷받침됐다는 점에서 비교적 건실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아직도 제조업보다 서비스산업의 성장기여율이 높고 민간소비증가율이 성장률을 웃도는 등 「건실성장」의 걸림돌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여기에 페르시아만 사태에 따른 유가인상이 올 경제성장에는 1% 미만의 극소한 영향을 주리라는 분석이 있지만 사태가 악화될 경우 앞으로의 성장속도를 감속시킬 수 있는 복병으로 도사리고 있어 마음놓을 상황만은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2ㆍ4분기 성장내용을 들여다 보면 제조업생산이 버팀목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내수관련업종의 생산증대와 선박ㆍ신발업종의 수출호조 등으로 1ㆍ4분기보다 1.9%포인트 높은 9.0%의 실질성장을 이룩함으로써 지난해 1ㆍ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신장세를 보였다.

아울러 제조업 생산활동의 호조로 설비투자(건설업제외)가 1ㆍ4분기 18.6%에 이어 2ㆍ4분기에도 21.1%가 증가해 제조업 생산활동이 점차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제조업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무엇보다 노사분규가 상당히 가라앉은데다 내수증가,수출회복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제조업성장을 부문별로 보면 크게는 경공업보다 중화학공업의 신장세가 두드러졌고 업종별로는 화학제품과 전기 기기제품의 성장이 뚜렸했다. 불황산업으로 꼽히는 섬유업종은 1ㆍ4분기 마이너스 1.4% 성장에 이어 2ㆍ4분기중에도 0.8% 감속성장을 보였고 음료업도 4.7%에서 1.4%로 성장률이 떨어졌다. 반면신제품개발로 수출기 잘되고 있는 신발업종이 같은기간 10.7%에서 19.9%로,화학제품이 13.4%에서 18.8%,전기기기가 마이너스 2.5%에서 10.5%로 괄목할만한 신장세를 보였다.

제조업의 설비투자도 산업기계류(21.8% 증가)를 비롯,사무서비스기계(21.3%),통신기계(45.5%),자동차(30.0%),항공기(2백51.3%) 등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루어졌으며 이에 따라 전체 제조업의 성장기여율도 전반기 27.5%에서 33.3%로 뛰어올라 서비스업 다음으로 성장기여도가 높았다.

1ㆍ4분기에 과열양상을 빚었던 건설경기가 2ㆍ4분기들어 자재난과 인력난 등으로 신장세가 주춤해졌지만 25.3%의 고수위성장을 기록함으로써 제조업과 함께 성장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경기의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건축허가면적이 1ㆍ4분기 48.4%의 폭발적인 증가에서 2ㆍ4분기 25.5%로 증가세가 둔화됐고 건설업성장도 같은기간 38.8%에서 25.3% 증가로 크게 낮아져 열기가 다소 식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2ㆍ4분기가 건설성수기로 예년에도 건설수요가 폭증,신장세에 한계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건설경기는 앞으로 신도시 물량공급등으로 지속될 것이라는게 한은실무진의 분석이다.

제조업의 활성화와 건설경기의 지속세로 2ㆍ4분기 이후의 경제성장도 당초 예상대로 8% 정도의 성장이 예견되고 있지만 성장내용에는 여전히 불안한 현상들이 곳곳에 내재 돼 있다.

우선 민간소비 증가율이 지난해 이후 꾸준히 10%대를 유지함으로써 성장의 내실을 갉아먹고 있다는 점이다. 2ㆍ4분기에도 승용차(31.6%),세탁기(53.0%) 등 내구소비재가 15.5% 증가하는등 과소비현상이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수출이 불변가격 기준으로 2ㆍ4분기 5.4%나 늘어나는 회복세를 타고 있으나 경상가격 기준으로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중동사태의 여파로 유가불안,물가불안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국제수지 악화요인으로 작용할 것도 지속성장의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한은의 지적대로 유가인상이 올 경제성장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사태악화시 국내물가와 제조업생산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몰고올 것이 분명해 감속성장으로 연결될 소지가 크다.

아울러 서비스산업의 이상비대로 성장의 무게가 서비스부문에 치중돼 있는 것이나 섬유등 불황산업의 속출에 따른 산업공동화의 문제도 해소돼야 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은의 최연종 이사는 『과거 수출 주도로 이루어지던 성장의 패턴이 내수 주도로 바뀌어가고 있다』며 『총체적 난국으로 불리던 1ㆍ4분기 10.1%의 고성장에서 9.7%로 떨어졌지만 제조업이 활기를 띠면서 내용면에서는 건실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국제수지가 불안한 가운데 내수위주의 성장이 한계를 갖는 것은 사실이지만 GNP등 우리경제 규모를 감안할때 소폭의 적자는 그렇게 우려할 만한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권혁찬기자>
1990-08-2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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