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 파문… 신데탕트 기류에 찬물/이라크,쿠웨이트 점령의 충격파

중동전 파문… 신데탕트 기류에 찬물/이라크,쿠웨이트 점령의 충격파

이창순 기자 기자
입력 1990-08-03 00:00
수정 1990-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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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의 페만 요충 장악 기도가 불씨/패권주의 부활 우려… 미,무력은 안쓸 듯/군사력 열세 쿠웨이트,외교통한 해결 무위로

중동에 다시 전쟁이 발발했다. 이라크가 2일 국경분쟁을 빚었던 쿠웨이트를 전격 점령한 것이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장악은 국경분쟁의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 매우 심각한 사태로 전세계를 경악케 했으며 미소 화해를 틈탄 지역 패권주의의 부활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라크는 이란­이라크전쟁이 종식된 후 군사강국으로 등장,페르시아만의 「경찰」 역할을 자청해 왔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은 냉전이 종식되고 동서화해의 시대가 정착되면서 지역분쟁이 하나 둘 해결되어가는 과정에 나타났다는 점에서 국제정치에도 적지않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동은 특히 세계 석유매장량의 3분의2이상을 차지하는 국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제3의 오일쇼크가 올지도 모른다고 중동정세 분석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라크는 쿠웨이트에 대한 무력침공을 국경분쟁이 시작될 때부터이미 시사해 왔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은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공언하며 국경지역에 3백50여대의 탱크와 10만의 병력을 집결시켰었다.

영토규모와 군사력등 모든 면에서 이라크와 비교가 되지 않은 쿠웨이트는 이라크와의 군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여러가지 외교적 노력을 하는 한편 이라크에 거액의 경화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었다. 쿠웨이트의 이같은 제스처는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이라크의 무력침공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서 나온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를 비롯한 주변국가들도 쿠웨이트의 「무력충돌 회피정책」을 지지,적극적인 중재를 벌였다. 이라크는 이들 주변국가의 압력에 못 이겨 지난 1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에서 열린 쿠웨이트와의 회담에 응했다.

많은 중동정세 분석가들은 그러나 이라크가 마지못해 회담에 응하긴 했으나 회담전에 이미 쿠웨이트에 대한 무력침공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라크는 현실적으로 쿠웨이트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하고서도 오히려 쿠웨이트가 성의가 없다고 비난하며 회담을 결렬시킨 데서 무력침공을 이미 계산했다고 보는 것이다.

제다회담후 쿠웨이트의 한 고위관리는 『이라크가 이란과 페르시아전쟁중에 진 빚을 탕감해주고 영토의 일부를 이양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라크는 전부터 분쟁지역인 루메일라유전지대를 양도하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부리얀섬을 장기적으로 임대해줄 것을 쿠웨이트에 요구해 왔었다.

이라크는 이번 무력침공을 통해 전략요충지인 부리얀섬과 이 보다 작은 와르바섬을 장악할 속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라크는 이들 섬을 장악함으로써 페르시아만으로 통항하는 「생명선」을 보장받고 과거 8년간 이란과 샤트알 아랍 수로를 두고 벌인 국경분쟁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이라크의 쿠웨이트침공은 단지 쿠웨이트와의 국경분쟁때문만이 아니라 대내용으로 정치적 불만을 해외로 돌리려는 복선도 깔고 있다고 분석된다.

이라크의 대쿠웨이트 비난공세가 후세인을 종신대통령으로 규정한 헌법개정안의 의회통과 하루전에나왔고 후세인의 장기집권과 이란­이라크전으로 어려워진 경제사정등으로 불만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들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해준다고 볼 수 있다.

이라크의 무력침공은 특히 국제원유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들은 지난 26일 제네바에서 열린 회담에서 이라크의 강경입장으로 원유기준가를 4년 만에 18달러에서 21달러로 인상시켰다. 이라크는 제네바회담때 25달러로의 인상을 강력히 요구했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라크의 영향력 증대로 또다른 유가인상이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물론 소비국의 재고물량이 아직 많고 원유시장에 대기물량이 많아 공시유가인상에도 불구하고 당장 유가가 급등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유가가 오르지 않을 수 없으며 중동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본격적인 고유가시대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소련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강력히 비난하고 미국은 국내에 있는 이라크와 쿠웨이트 자산을 동결시키는등 경제제재 조치를 취해 후세인의 「대담한」 군사행동은 이라크의 경제·외교적 고립이라는 대가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무력개입보다는 외교적으로 이번 사태의 해결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혀 미국의 군사개입 가능성은 일단 없어졌다. 실질적으로 미국의 무력개입 선택폭은 매우 제한적이다.

유엔을 비롯,미국·소련 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라크군의 즉각적인 철수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라크는 쿠웨이트에 친이라크 신정부를 세워 쿠웨이트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를 획책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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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로 피신한 쿠웨이트국왕이 망명을 신청하고 쿠웨이트에 「새로 수립된 정부」가 국회를 해산했다고 발표해 그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이라크의 이같은 전략은 사우디·아랍에미리트 등 주변국가들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며 중동에 새로운 긴장감을 감돌게 하고 있다.〈이창순기자〉
1990-08-0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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