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4섬 반환 고집땐 동경행 재고” 일 정가에 「고르비발언」파문

“북방4섬 반환 고집땐 동경행 재고” 일 정가에 「고르비발언」파문

강수웅 기자 기자
입력 1990-07-27 00:00
수정 1990-07-27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영토분쟁 없다” 강경선회에 당황/“협상서 우위확보 위한 협박용”관측도

일본정계가 「고르바초프 충격」에 얼을 잃고 있다. 전후 45년간 일ㆍ소간 최대 현안이 되어왔으며 일본측으로서는 그 반환을 위해 갖은 공을 들여온 「북방 4개도서」문제에 대해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일ㆍ소간에 영토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하루 아침에 등을 돌려 버렸기 때문이다. 나아가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내가 일본을 방문해서 (영토문제로)관계가 나빠진다면 가지 않는 쪽이 좋을지도 모른다』며 내년초로 예정되어 있는 자신의 일본방문 자체를 취소할 뜻을 비쳤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이같은 대일강경발언은 25일 하오 2시30분(한국시간 하오 7시30분) 소련을 방문중인 일본의 사쿠라우치 요시오(앵내의웅) 중의원의장과의 회담에서 터져 나와 일본정계의 충격을 더 해주고 있다. 이날 크렘린대통령 집무실에서 있었던 30여분 동안의 회담에서 사쿠라우치 의장은 북방영토반환문제에 관해 『일본국민의 소원이다』라며 소련측의 전향적인 대응을 촉구했다.그러나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외교적 언사」를 기대했던 일본측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은 『일ㆍ소양국이 협력한다면 상호간에 더 한층 이익이 생길 수 있다』고 말하고,일본측이 북방영토의 반환만을 고집할 경우 내년으로 예정되어 있는 자신의 방일 자체를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이보다 앞서 사쿠라우치의장은 루키야노프 소련최고회의 의장으로부터 고르바초프대통령을 만나면 북방영토문제에 관해 진일보한 답변을 들을 가능성이 있다고 귀띔받은 터여서 일본측의 쇼크는 더욱 컸다. 일본정계에서는 이같은 소련수뇌의 경연양면작전에 일본측이 말려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우려하고 있다. 고르바초프­사쿠라우치회담은 일본측의 요청으로 갑자기 이루어졌다. 이자리에서 고르바초프대통령은 『어디까지나 문제가 있느냐 없느냐고 추궁받는다면 영토문제란 없다는 발언을 반복할 수 밖에 없다. 일본을 방문해도 이문제 뿐인가』라며 방일재고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혔다.

일ㆍ소간 영토분쟁은 일본 홋카이도(북해도) 동북쪽에 있는 4개의 섬,에토로후(택착) 구나시리(국후) 시코탄(색단) 하보마이(치무)를 둘러싼 분쟁이다. 일본은 전전 자국영토였던 이 섬에 대한 소련의 점령은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소련은 이를 일축해 왔다. 이 때문에 일ㆍ소양국은 제2차세계대전 종전후 정식 평화조약도 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소련내 개발사업에 대한 일본의 투자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이번 고르바초프의 영토문제에 관한 강경발언에 대해 일본정계의 해석은 구구하다. 더구나 지난 1월 아베 신타로(안배보태랑)전자민당간사장의 방소때 유연한 자세를 보였던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태도변화의 배경이 무엇인가를 둘러싸고 많은 억측이 일고 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경제위기라는 국내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외교관계에서는 대미관계를 비롯,독일통일을 둘러싼 유럽안보,한국과의 관계 등 주위가 놀랄만큼 유연한 자세를 보여왔다. 그러한 그가 돌연 대일 문제에서 강경자세를 보인 것은 고르바초프 특유의 「협박」이 아닌가라고 보고 있다. 이번 그의 방일중지발언도 『농담조였다』는 사쿠라우치 의장의 말처럼 액면 그대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일본 국내에서는 이 4개의 섬을 경제적으로 『매수하라』는 의논도 일고 있다. 이런 상황을 외교에 능한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모를리가 없다. 따라서 일본외무성측도 그에게는 어떤 「목적」이 있을 것이라며 고르바초프의 방일 재고발언에 『일희일비는 금물』이라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도쿄=강수웅특파원>

1990-07-27 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