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려지 출국허용과 이철영 방일의 의미

방려지 출국허용과 이철영 방일의 의미

우홍제 기자 기자
입력 1990-06-27 00:00
수정 1990-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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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봉쇄 풀기”… 중국의 실리외교/일 총리와 친한 이,56억불 차관교섭 추진/“서방에 경원재개 설득”요청할 듯

중국당국이 지난해 6ㆍ4 천안문사건 이후 서방세계에서 자국에 대해 취하고 있는 경제봉쇄령을 풀도록 하기 위해 요즘 들어 다양한 외교전략을 숨가쁘게 구사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5일 북경의 미국대사관에 1년이 넘도록 피신해 있던 반체제물리학자 방려지부부의 출국을 허용,서방국가들로부터 일단 환심을 사는데 적잖이 성공을 거둔데 이어 오는 30일엔 국무위원 이철영을 일본에 보낼 계획이다. 이의 방일계획이 발표된 것은 지난 21일이었지만 사실은 중국정부가 방교수부부의 출국허가를 이미 결정,이 조치의 파급효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부드러운 분위기속에 놓이게 될 것을 미리 계산하고 이의 방일날짜를 30일로 잡았을 것이란 지적이 유력하다.

또 시기적으로도 24일이 강택민이 당총서기에 취임한지 한 돌이 되며 7월들어 곧 서방선진 7개국(G7) 정상들이 모여 대중관계정상화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져 중국으로선 이번 기회에 서방세계의 경제제재가 종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번 일본행에 나서는 이철영의 경우 지나칠 수 없는 것은 그가 비록 대외적으론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현재 중국권력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강한 편에 속한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부총리와 장관 사이의 직급으로 모두 9명뿐인 국무위원직을 맡고 있는 것 외에도 이철영은 최고정책결정기관이라 할 수 있는 당중앙정치국의 14명 위원가운데 하나이다. 이와 함께 국가교육위원회 주임(장관급)도 겸임하고 있다. 그러나 직함외에 관심을 끄는 대목은 그의 등소평 친자설이다. 등은 지난 30년대 중반 권력투쟁에 패해 심한 곤경에 빠졌을 때 두번째 부인 김유영(사망)과 이혼했으며 당시 등의 반대파였던 이유한(사망)과 재혼한 김이 얼마후 낳은게 이철영이라는 것.

따라서 이가 빠른 속도로 출세할 수 있었던 것도 보이지 않는 등의 뒷받침에 힘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번 일본행도 등의 특명을 받은 밀사자격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는게 관측통들의 지적이다.

그러면 지난해 6ㆍ4 천안문사건 이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고위층인사인 이가 지닌 임무는 무엇일까. 크게 세가지 목적을 지닌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한 임무는 오는 7월9일부터 11일까지 미 휴스턴에서 열리는 서방 7개 선진국(G7)정상회담때 일본이 다른 국가들에 세계은행(IBRD) 차관동결을 비롯한 각종 대중국제재조치를 풀도록 설득해줄 것을 요청하는 일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일본의 가이후(해부)총리는 지난해 총리가 되기 전 같은 문교행정을 맡은 장관으로서 이와 절친했고 당시 이에게 일본방문을 요청한 사실도 있고 해서 이번에 가이후ㆍ이회담은 당연히 이뤄질 전망이다.

두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이가 일본에 대해 종전에 이미 중일간 계약이 체결된 56억달러 상당의 엔화표시 장기저리 차관을 하루 빨리 공여해주도록 촉구할 것이란 점이다.

이 엔화공공차관은 중국이 90∼96년에 사회간접자본시설을 확충하는데 필요불가결한 재원이다. 그러나 6ㆍ4사건이후 서방선진국들이 공동으로 취한 대중국 경제제재조치 때문에 이 차관제공계획도 동결된 상태이며 중국은 철도ㆍ항만ㆍ발전소시설 등의 건설계획이 큰 차질을 빚음에 따라 고통을 겪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는 가이후가 중국을 대신해서 미부시대통령에게 중국수출상품에 대한 미측의 지속적인 최혜국대우(MFN)조치를 요청해 주도록 바랄 것으로 예상된다. 부시가 1년시한부 연장의사를 밝힌 이 조치는 현재 미의회에서 중국의 인권문제와 관련,찬반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이 조치가 중단될 경우 연간 1백억달러 가까이로 예상되는 중국의 대미무역흑자는 10분의 1정도로 격감되고 경제운용은 말할 수 없는 타격을 받게 된다.

또 일본으로선 중국의 총외채 4백13억달러 가운데 그들몫이 35%나 되는데다 다른 나라에 크게 앞질러 중국시장에 진출하고 있으므로 자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대중국제재가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할 뿐 아니라 장기화할 경우엔 오히려 일본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일본측은 중국과 자국의 이익을 동시에 염두에 두고 다른 서방국들을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같다.

가이후총리가 7개국 정상회담 직전에 단독으로 부시대통령과 만날 것으로 전해지는 것도 일본이 중국을 위해 단단히 총대를 메게 될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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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철영의 이번 방일은 중국과 서방의 관계회복에 도움을 주고 이는 한걸음 더 나아가 한국과의 교류에도 융통성이 주어질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홍콩=우홍제특파원>
1990-06-2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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