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체육시설도 안된다(사설)

그린벨트,체육시설도 안된다(사설)

입력 1990-06-08 00:00
수정 1990-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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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가 또다시 들먹거리고 있다. 건설부가 오는 30일부터 그린벨트내에 테니스장ㆍ배구장 등 체육시설 설치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때문이다.

발표가 있자마자 투기꾼까지 준동하는 기미를 보인다고 한다.

이 황금의 녹지공간이 온존하는 것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많은 연고자들이 기다렸다는 듯 움직이기 시작한 모양이다.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당국이 기회만 있으면 그린벨트를 들먹이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번만 해도 그린벨트내에 체육시설을 제한적으로 설치 허용하겠다는 발표만으로도 벌써부터 「사실상의 규제해제」의 분위기까지 발전되고 있다. 건설부의 말로는 형질변경을 허용하는 것도 아니고 샤워장이나 매점따위 녹지를 해칠 수 있는 여타의 건축물은 일체 허용하지 않을 것이므로 그린벨트를 훼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허구의 말놀이인지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일체의 구조물이나 시설을 허락치 않았을 때도 나무를 베고 산을 깎아 자기집 마당으로 포함시킨 불법사례도 있었고 숯불갈비집을 차려놓고 본격적으로 오염시켜온 음식장사들도 수두룩했었다.

부분적이나마 규제가 완화된다는 눈치만 보이면 「합법」을 앞세운 적극적인 훼손이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한번 기정사실이 되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로 이르러 버린다. 더구나 건설부의 체육시설 허가방침은 민간의 상업목적을 상대로 한 것이다. 이익을 좇는 사람들의 집요함에는 도덕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그린벨트를 잠식해 가는 데 활용할 것이다.

그린벨트가 개인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해가면서 오늘까지 20년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것은 당시의 사회가 가졌던 특수한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 아마도 오늘날처럼 민주화가 진행되어 개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집단이기주의가 극성스러운 때였다면 「녹지제한구역」이 탄생하여 성장할 수 있게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토록 어렵게 지켜온 삶의 환경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일은 큰 잘못이다.

언필칭 주민의 편익을 위해 탄력적인 운영을 한다는 것이 명분이지만 이 문제는 「푸느냐 안 푸느냐」의 문제지 「조금 푸느냐 많이 푸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조금이라도 풀게 되면 그것이 전부로 가는 데는 시간만 남을 뿐이다. 주민편익이라는 명분도 대단히 허구적이다. 녹지환경이 주는 「생명의 이익」보다 큰 이익이 없고 더구나 상업적 투자의 체육시설이란 아주 제한적인 「고객」에게만 서비스를 할 뿐이다.

엄격하게 다스리는 동안에도 감시가 조금만 소홀하면 천막이나 가건물이 밤사이 눈 깜짝할 틈에 들어서서 더럽혀지고 훼손되고 있다. 규제가 완화될 눈치만 보이면 불법 건축의 발호도 새로운 문제로 등장할 것이다.

결과가 이토록 명백하게 예측되는 데도 관계당국이 앞장서서 걸핏하면 「그린벨트 해제」의 틈을 보이곤 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당국이 해야 할 일은 그린벨트에 관한 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일 뿐이다. 그것이 기회를 엿보며 언저리를 맴도는 사람들을 체념시키는 길이다. 건설부는 폐일언하고 이번 방침을 철회하도록 하라. 그것이 큰 허물을 저지르는 일을 예방하는 길이다.
1990-06-0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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