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Cold War)이란 용어가 처음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47년의 일이었다. 미국의 저명 칼럼리스트 월터 리프먼이 뉴욕 헤럴드 트리뷴지에 기고한 글의 제목에서 비롯된 말이다. 열전(Hot War)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노워,노피스」의 전쟁도 평화도 아닌 2차대전직후 조성된 미소 대립관계의 특징을 단적으로 설명한 정곡을 찌른 표현으로 널리 유행되었다. ◆전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난 45년간의 국제정치질서는 이데올로기적으로 대립한 양대 초강의 미소관계에 의해 지배되었으며 그 미소관계는 결국 이 냉전관계로 일관되다시피 했던 것.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자유세계와 소련을 종주국으로 하는 동유럽등 공산세계가 한국동란 월남전 등 국지전과 군비증감의 치열한 대립경쟁을 벌이면서도 세계대전으로는 가지 않는 전쟁일보전의 위험스런 「공포의 균형」을 유지해온 것이 바로 그 냉전질서였다. ◆『과거의 역사를 바꿀 수는 없지만 우리는 자신이 바뀜으로써 다가오는 미래의 역사를 변모시킬 수는 있다』는 말로 상징되는 고르바초프의 신사고로 요즈음 세계는 냉전질서가 녹아내리는 해빙의 소리로 요란하다. 7일 열린 정상회담이 장례식 준비행사로 전락해버린 바르샤바조약기구도 말하자면 서방의 북대서양조약기구와 함께 동서냉전의 대표적인 군사대결기구였다. ◆소ㆍ동유럽 8개국이 55년 5월에 결성한 바르샤바조약기구 68년 그때 이미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를 표방한 회원국 체코침공에 동원된 것이 유일한 실제의 군사행동이었다. 결성의 당초 목적과는 달리 서방세계가 아닌 같은 회원국 내정간섭의 수단으로 이용된 것이나 이를 계기로 탈퇴한 알바니아의 개혁이 가장 늦고 있는 것도 역사의 아이러니. ◆통일독일의 등장과 유럽통합의 달성이 전망되는 가운데 재편성되고 있는 유럽의 새 질서 앞에 바르샤바조약기구 같은 것은 이미 냉전의 유물에 지나지 않는 무의미한 존재인지 모른다. 같은 냉전기구인 나토의 경우도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 한반도의 냉전유물도 하루속히 녹아 내려야 할텐데.
1990-06-0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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